생활경제 유통

[유통현장을 달리는 사람들] (49) 문병철 하이마트 선임 바이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4 19:39

수정 2014.11.06 20:35

“자기 자식을 모른다면 부모라 할 수 없겠죠. 바이어(구매담당)에게 제품은 ‘자식’과 같습니다.”

가전 유통 전문점인 하이마트 문병철 선임 바이어(41·사진)는 구매 담당 바이어의 기본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문 바이어는 1997년 입사 이후 회계 파트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02년 구매 담당 바이어로 발령났다.

그는 “상품은 전혀 모르는 회계쟁이가 어느 날 구매업무를 맡게 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득했다”며 “신입사원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기억했다.

백지상태였던 그는 ‘주경야독’으로 기본을 채워 나갔다. 당시 본사가 있던 서울 여의도에서 오후 7시께 퇴근하면 집이 있는 경기도 수원 하이마트 매장에 들러 2∼3시간씩 독학을 했다.

해당 지점장의 양해를 구하고 거의 매일같이 폐장한 매장에서 홀로 TV를 비롯한 가전제품들의 모델명부터 작동법, 기능, 특징 등을 일일이 터득하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눈을 뜨게 됐다.
밤 늦게 매장 뒷단속을 하고 나오다 무인경비시스템 오작동으로 보안업체 직원과 맞닥뜨린 적도 여러 번이다.

그는 “그때 생긴 습관 때문에 지금도 주말이면 가전 매장들을 둘러 보는 게 취미”라며 “TV가 있는 곳이면 무조건 모델명부터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고 쑥스러워 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곤 한다.

“2000년 이후 국내 TV시장은 2∼3년 주기로 신기술 상품들이 쏟아지는 격동기였다”며 “10년 동안 브라운관부터 프로젝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를 거쳐 최근 트렌드인 발광다이오드(LED)까지 TV의 역사를 함께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나가 보면 국산 TV의 우수성에 격세지감도 느낀다.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삼성이나 LG 제품들이 소니를 따라가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정반대”라며 “해외 TV 매장에 나가 보면 국산 TV의 비약적 발전에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을 대우 디스플레이 TV 론칭도 바이어 생활동안 뜻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대우전자 퇴직자들이 만든 대우 디스플레이와 손잡고 국내에서는 단종되다시피했던 대우 TV를 부활시킨 것이다.


수출품만 생산하던 대우 디스플레이 측을 설득해 값싸고 질 좋은 내수용 ‘경제형 TV’를 함께 제작했다.

제조사 측의 우려와 달리 단독 론칭한 대각선 길이 81㎝(32인치) 대우 LCD TV는 성공적인 실적을 올리며 대각선 길이 106㎝(42인치)까지 추가로 출시했다.


그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TV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며 “매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에 보탬이 됐다는 점에서 요즘 말하는 ‘상생’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고 멋쩍어 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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