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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난에 시달리는 ‘N세대’] (下) “내 둥지는 어디에..” 동네서 거부당하는 청춘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5 17:23

수정 2014.10.28 07:57

박근혜정부의 유일한 에코세대 주거 문제 대책인 행복주택 사업이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있다.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역에 걸려있는 반대 현수막.
박근혜정부의 유일한 에코세대 주거 문제 대책인 행복주택 사업이 사회적 갈등을 부르고 있다.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역에 걸려있는 반대 현수막.

[주거난에 시달리는 ‘N세대’] (下) “내 둥지는 어디에..” 동네서 거부당하는 청춘들

'대학생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들어오기만 하면 집값 떨어진다.' 임대주택들이 가는 곳마다 현지 주민들에게 거부당하는 이유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행복주택'은 기존의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과 성격이 다른데도 역시 곳곳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편의시설과 학교가 한정돼 있는 곳에 주택만 증가하면 기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해 계층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내집마련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에게 우선 공급하는 임대주택 및 기숙사를 5년간 약 20만가구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류, 가좌, 공릉, 고잔, 목동, 잠실, 송파 등 7곳의 시범지구가 지정됐다. 그러나 출발하기도 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시범지구 주민들의 소송이 이어지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공급은 14만가구로 축소된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원안대로 20만가구를 공급하라는 대학생과 시범지구 지정을 취소하라는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N세대는 사회적 기업이나 주택조합 등을 만들어 스스로 주거난 해결에 나서는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이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곳에 자신들의 둥지를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 정부의 지원책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이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님비(NIMBY) vs. 정책 실패

행복주택 조성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은 서울 목동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10만4900여㎡ 부지를 행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은 '목동종합운동장' '목동중심상업시설' 사이에 위치해 있고 목동주차장 및 펌프장, 재활용선별장, 제설수방창고 등 공공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공시설이다.

목동 지역주민들은 △지역주민의 안전 위협 △교통혼잡 △학교 과밀화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데 대해서도 감정이 상해있다. 국토교통부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시범지구를 기존 2800가구에서 1300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뒤늦게 주민설득에 나섰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목동에 거주 중인 이모씨는 "지금도 사람이 많고 공기 나쁘고 교통이 혼잡해 살기 어려운데 신혼부부와 대학생이 대거 들어오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동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주민은 "서울에서 테니스 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큰 시설은 목동 테니스장이 유일하다"며 "임대주택 건설로 목동 테니스장이 사라질 경우 서울 테니스 동호인들은 지방을 전전하면서 대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공공부지임에도 비싼 가격을 내고 테니스장을 쓰고 있는데 없어지게 되면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정부의 정책 조급증과 님비현상 때문이다.

행복주택이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국토부에서는 준공까지 2~3년 동안 지역주민들과 만나 조율하겠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려고 입주한 신혼부부가 아이가 생기면 퇴거 조치를 하고 차가 있으면 입주를 제한하겠다는 회유책을 냈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에 나선 바도 있다.

목동 주민들의 님비현상도 문제를 꼬이게 만든 원인으로 파악된다.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은 지역 주민들이 싫어할 시설이나 땅값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시설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게 되면 목동의 집값을 떠받치는 주요 요인인 '학군'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집값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님비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

목동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행복주택지구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집값 하락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임대주택이 목동과 같은 중심이 아니고 외곽지역이라면 지금과 같은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가 주택을 소유한 목동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임대주택이 도심 한복판에 지어진 일이 처음이라서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월세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N세대 스스로 나섰다

행복주택건설은 오리무중에 빠져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청년층이 집을 구입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완화해주는 안을 제시했지만 빚을 더 얻으라는 얘기냐는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면서 에코세대는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올해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창립했다. N세대 스스로 찾은 대안 중 하나인 것.

민달팽이에서 계획 중인 방안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주택을 짓거나 임차해 최소한의 운영비만 임대료로 내면 살 수 있는 비영리 공공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정남진 정책팀장은 "우선 오는 5월에 협동조합 실무자들이 조합 명의로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원룸으로 사전 입주한다"며 "보증금을 두달치 월세로 최소화하고 월세도 30만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대학가 주변으로 합리적인 중개 수수료를 받으며 저렴한 주거 공간을 물색해주는 착한 공인중개사(가칭)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해외에서는 청년들의 보편적 대안 주거 형태인 '셰어하우스'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청년들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우주가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우주는 대표부터 구성원 모두가 서울에서 주거문제를 몸소 겪은 청년들이다.

우주는 오래된 집이나 비어있는 집을 저렴한 전세나 월세로 빌려 개.보수한 후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 주거공간은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고 공동 활용공간은 개인 거주자들 간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능적인 면까지 고려해 설계했다.

현재 12호점까지 개설된 상황이다.

민달팽이 정 팀장은 "해외의 경우 청년들이 비싼 임대료에도 살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청년들이 스스로 나서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비영리로 청년을 위한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최경환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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