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K씨는 한 달에 3~4번 정도 술자리를 갖는다. 보통 소주 1병에 맥주로 2차는 기본이다. 한 달에 한 번은 3, 4차까지 가기도 하고 1년에 한 번은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신 적도 있다. 지난 연말에는 술에 취해 넘어져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과음한 날은 심한 숙취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후회도 들지만 K씨의 달력에는 다른 술 약속이 아직 2~3개 남아 있다.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지만 WHO의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에 따르면 K씨는 15점으로 고위험 음주자에 속한다.
우리나라 남성 음주자 4명 중 1명은 K씨처럼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 고위험 음주자는 저위험 음주자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팀은 12일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중 20세 미만과 음주 및 혈당 정보가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남성 5551명, 여성 6935명을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 점수에 따라 분류했다.
0~7점은 저위험 음주군, 8~14점은 중간위험 음주군, 15점 이상을 고위험 음주군으로 분류한 결과 남성 음주자 4명 중 1명(25.2%)이 고위험 음주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4.7%가 고위험 음주군이었다. 중간위험 음주군은 남성 27.5%, 여성 10.7%, 저위험 음주군은 남성 47.3%, 여성 84.6%였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저위험 음주군과 중간위험 음주군의 혈당은 각각 97.2mg/dL과 97.5mg/dL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고위험 음주군의 혈당은 101.3mg/dL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당뇨병 위험도 고위험 음주군 남성이 저위험 남성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음주 위험도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강 교수는 "흔히 알코올이 간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알코올은 체내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억제, 탄수화물 대사와 간 기능 장애를 유발시켜 혈당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알코올 자체도 칼로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안주 때문에 술을 자주 마시면 비만을 유발하고, 술을 마신 뒤에는 숙취와 음주로 인한 손상으로 신체 활동도 감소하기 때문에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더 높인다"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간 음주율은 성인남성이 77.8%, 여성은 43.3%다. 또 2009년에 발표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총 사망률의 3.8%, 질병부담의 4.6%가 음주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과음의 기준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술자리의 횟수를 줄이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음주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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