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교육부 장관 안 덩컨의 사임 뉴스가 현지 언론을 장식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재직한 덩컨은 역대 최장수이자 최고의 힘 있는 교육장관으로 평가받는다. 오바마의 개인적 친구인 덩컨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확보한 천문학적인 예산을 무기로 교육개혁을 밀어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가장 논란이 큰 각료의 하나였다.
교육에 관한 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바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한 덩컨 장관도 같은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덩컨 장관은 수준 미달 학교를 폐쇄하고 능력 없는 교사를 해고하는 대신 언어와 수학 등 핵심교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교사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철저한 경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교사노조의 반대로 경쟁력 없는 교사의 해고가 어렵자 비노조원 교사 채용이 가능한 자율형 공립학교(차터 스쿨) 확대 정책도 시행했다. 프로그램 이름도 아예 '최고를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을 채택한 덩컨의 정책은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의 하나인 교원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덩컨표 교육정책은 논란이 뜨겁고 결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수준미달 학교 폐쇄 등의 강력한 조치가 천당과 지옥이 공존하는 미국 초.중등 교육의 안일함을 흔들어 깨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덩컨 장관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 룸에 섰다. 오바마는 덩컨 장관의 업적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를 치켜세웠다. "덩컨 장관 재임 중 가난한 젊은이들 수백만명이 대학에 진학하였고 많은 주의 초.중등 교육 수준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들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 정책을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우리도 최근 개각이 있었다.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의 메시지는 하나. 선거에 나갈 장관들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조만간 또 한 번의 개각이 예정되어 있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미 퇴임을 앞두고 있다.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경제는 내가 아니어도 잘할 사람이 많다"는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마지못해 총대를 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정국에 불을 질러 놓고 소방수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출마를 위해 퇴임할 예정이다.
이들은 임명 당시에도 선거를 앞둔 '경력관리용' 장관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취임 때부터 시한부 각료였던 이들이 불과 7개월 남짓한 동안 무슨 업적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이 재임 중 공적을 칭찬하기는커녕 감동적인 고별사 하나 남기지 못하고 황망히 떠나야 하는 인사들이다. 도대체 왜 이런 사람들이 막중한 대한민국의 장관으로 재직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일국의 국정을 책임진 장관의 진퇴는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특정인의 임명으로 분명한 국정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퇴진 시에는 그의 공적을 통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에 대한 찬사를 보낼 때 덩컨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봉사한 것이 일생일대의 영광이었다며 울먹였다. 감동도 감흥도 없는 '경력관리용' 장관들의 퇴진을 보면서 왜 우리의 국정 운영에 진전이 없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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