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품질 위해 점포는 17곳뿐 '과일문화 선도' 신념으로 경영
【 도쿄(일본)=김승호 기자】 무슨 과일가게가 올해로 181년이나 됐을까. 그만큼 회사의 명맥을 유지해왔으면 일본 전 국토에 걸쳐 분점을 내는 등 문어발식 확장도 했을 법한데 도쿄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역에만 총 17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것이 전부다.
1834년 일본 닌교초에 '수과자(水菓子)'란 이름으로 과일점포를 처음 연 뒤 지금까지 6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급 과일 전문점 '센비키야'의 이야기다. 1834년이면 우리 역사로는 조선 23대 왕 순조 34년이다.
도쿄 니혼바시 미쓰이타워 1층에 가면 센비키야 본점이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과일은 40~50여종으로 계절마다 다르다. 하지만 센비키야에서 파는 과일은 일본에서 가장 맛이 좋고 최고의 품질로 친다. 경쟁자가 다 사라진 시장에서 센비키야만 살아남은 이유다.
"경매장을 통해 최고의 과일만 선택한다. 특히 과일은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최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망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센비키야에서 기획개발부장을 맡고 있는 오시마 우시오 이사의 설명이다. 그 역시 선대를 이어 다음에 센비키야의 바통을 이어갈 주인공이다.
시장 경쟁을 통해 가장 맛있는 과일을 고르고, 최고의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유통 과정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한 지역에 한정해서만 과일을 판매하는 것이 센비키야의 전략이자 노하우인 셈이다.
귤(일본명 미깡) 등 일부 제품은 생산자와 기술공유를 통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경매를 통해 최고 품질의 과일을 고른다. 망고의 경우 비싼 것은 개당 1만엔(약 9만원)을 하기도 한다.
이것만으론 180년 넘게 기업을 유지해 온 이유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
"기업을 확대한다는 것은 리스크다. 목적은 그게 아니다. 일본의 과일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신념으로 안정적이고 영속적으로 경영을 해 온 것이 원동력이다."
그러면서 오시마 이사는 "(기업은)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내세우지 말고 우쭐하지 않아야 한다. 성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선대로부터 이어진 센비키야의 가풍을 소개했다.
오랜 기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같은 말에 "주위에서 생각하기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우린) 당연하게 해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문현답이다.
그렇다보니 센비키야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자긍심은 충만하다. 전체 직원 200명 가운데는 60년, 65년가량을 센비키야와 함께한 직원도 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정도를 가는 회사와 평생을 그곳에서 함께한 직원이 더해지고, 더해져 역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홍보도 마케팅도 필요없다. 센비키야의 과일 맛을 즐기는 고객들이 알아서 매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니혼바시에 있는 본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오시마 이사의 뒤로 19년 뒤면 200주년이 되는 센비키야의 사훈 객(客), 점(店), 기(己)가 눈에 띈다.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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