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등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하는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여성 등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어적 성희롱 단독행위에 따른 처벌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네주민이라 또 마주칠텐데…"
처벌이 불가하다는 말에 신씨는 불안감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신씨는 "같은 동네 주민 같은데 앞으로 버스정류장에 갈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경찰은 민사소송을 원할 경우 도움을 준다지만 시간, 경비를 들여 소송하기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직장내 성희롱을 해서는 안된다는 수준의 언급에 그치고 있다.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등 예방 규정은 있지만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알아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면서 별도의 형사 처벌 조항은 없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성추행과 성희롱이 동반돼 발생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성희롱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성희롱의 경우 민사소송으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성희롱을 모욕죄로 보고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대상이 특정돼야 하고 '전파가능성'도 필요한데 성희롱 내용이 전파될 수 있을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입법 노력·인식 변화 동반돼야
사회가 다변화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되면서 성희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성희롱 역시 최소한 벌금형 등 형사처벌 규정을 만들어 제재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과거에는 성희롱 사건이 적었지만 다변화된 사회에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최근에는 자주 발생한다"며 "반드시 징역형은 아니더라도 '명백한 성희롱'에 대해서는 벌금형 규정 등을 신설, 여성이나 약자를 대상으로 횡행하는 성희롱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관련법이 입법돼도 성희롱 역시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종의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법률 규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희롱은 법을 통해 메꿔야 하는 공백 중 하나"라면서도 "언어적 성희롱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지 어렵고 법안을 마련해도 성희롱이 성폭력 중 하나라는 인식이 없으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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