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간담회
이근삼의 '국물 있사옵니다'(사진), 김영수의 '혈맥', 함세덕의 '산허구리'. 국립극단이 3년째 선보이고 있는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올해 주인공들이다.
국립극단은 한국 근현대 희곡의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 무대화하는 것을 소명으로 지난 2014년 이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다. 올해는 '진정한 자기 성찰을 통해 해방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도전'을 주제로 삼았다.
23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극의 주제로서 '도전'의 의미도 있지만 미학적 도전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며 "기존에 다소 심각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희극적인 코미디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가벼운 코미디는 아니고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을 수반하는 코미디"라고 소개했다.
내달 6일부터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국물 있사옵니다'가 그런 코미디다. 상식적으로 살고자 했던 평범한 샐러리맨 상범의 출세기를 통해 1960년대 산업화 사회의 세태와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연출을 맡은 서충식 극단 주변인들 상임연출은 "배금주의와 출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해 블랙 코미디로 즐겁게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같은달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선 '혈맥'이 무대에 오른다. 광복 직후인 1947년 방공호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김영수의 대표작이다. 연출을 맡은 윤광진 용인대 교수는 "한 가족이 가난과 절박한 생존에 처했을 때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며 "'혈맥'은 핏줄,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와 단절된 70년 전의 사람들, 이들의 유머를 통해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정 등 고유한 한국적 정서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오는 10월 8~30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이는 '산허구리'는 함세덕의 첫 번째 희곡으로 국립극단이 이번에 초연한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는 "각색하지 않고 있는 원작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가가 스물 한살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삶을 무대에 옮기겠다"며 "쉽지 않은 삶을 살고있는 이 시대 청춘들이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 화두를 던지는 게 연극이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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