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1주 앞둔 20대국회 16년만에 여소야대 재편
전문가들 쇄신·협치 강조 "갈등 공장 아닌 조정자로"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
전문가들 쇄신·협치 강조 "갈등 공장 아닌 조정자로"
20대 국회의 4년 임기 시작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사실상 막을 내린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만큼 20대 국회만큼은 기본으로 돌아가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회 각계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대 국회는 국회가 국회다운 국회로 환원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전 의장은 "본래 국회의 모습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정상으로 회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는 서로 각자 자기 정당(주장)만 고집하고, 상대방을 헐뜯는 과거의 폐습을 그대로 이어가서는 제대로 된 국회 모습을 못 찾는다"고 지적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체제로 지형이 재편된 국회에서의 '협치'를 새삼 강조한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도 "갈등을 증폭하는 역할만 했던 국회가 20대에서는 갈등공장이 아닌 갈등조정자로 변해야 한다"며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해야 한다. 19대 국회처럼 서로 편가르기에만 매몰되기보다는 끈질긴 대화와 합의체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조정 역할을 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생산적 경쟁, 원칙에 충실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집권여당이 가장 크고 야당이 소수다보니 국회 전체가 정부의 일을 도와주느냐, 견제하느냐에 대한 쟁점에만 매몰되어 있었다"면서 "하지만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이고 정당들이 많아 여러 정당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적으로 우리나라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 중심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또 2년마다 위원회 배정을 바꾸고 있는데 임기를 좀 더 늘려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을 고취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잦은 위원회 변경으로 전문성은 점점 약해지고,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혀 상임위의 입법권이 무시되는 폐해를 20대 국회에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의화 국회의장도 지난 19일 열렸던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20대 국회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지켜내고 강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민의를 반영해야 하는 국회인 만큼 '소통과 협력'을 통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상의 회원 120여명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에 필요한 덕목'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소통과 협력'을 꼽은 사람이 75%를 넘었다. 재계 관계자는 "20대 국회는 정쟁과 계파 싸움에 매몰되지 말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은 물론 민생법안 통과에 좀 더 매진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조지민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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