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자정 노력
친인척 보좌진 논란에 정치권 '관행타파' 바람
향후 법안 도입 가능성도
관행으로만 여겨지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앞으로 국회의원에게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정치권 '뉴노멀(새로운 질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친인척 보좌진 논란에 정치권 '관행타파' 바람
향후 법안 도입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관행타파가 앞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투명성 확보로 옮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암묵적 관행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그동안 국회의원실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의 경우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질 만큼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직계 가족은 물론 친인척 또는 지인 등 가리지 않고 부당한 채용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의원실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 말 한마디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데다 유형도 논공행상식 채용을 비롯해 '지인의 권유'나 '친인척 고용 해소' 등 다양했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없고, 관행이라는 이름에 가려 사회 통념적으로 묵인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가족을 보좌진에 채용해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 11일 결국 탈당했다.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으로 내정된 부구욱 영산대 총장도 '가족 채용' 덫에 걸려 결국 윤리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국회에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불거져 사회문제화되자 여야 중진 의원 등까지 부당 채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십 명이 특정 기간에 한꺼번에 면직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채용금지 법안 등 자정노력 번번이 수포
국회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번번이 여야 간 관행에 대한 '암묵적 동의'에 가려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은 4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막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국회사무처도 2014년 '국회의원 보좌관 전문성 제고 방안'에서 "보좌직원은 임용과정의 투명성이 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며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입법보좌관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며 공개채용 제도 도입을 주장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이미 들어온 사람들을 면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여야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제도화에는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친인척 채용금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국회의원 스스로가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한 상황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 "정치권 뉴노멀 위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 필요"
전문가들은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다양한 특권 내려놓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친인척 채용 금지 사항과 관련된 윤리 규범을 자체적으로 당규에 명시하고, 제도개선 입법에 적극 임하는 등 정치권 스스로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권의 자정노력이 사회 전반에 걸친 '도덕성 회복'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복경 서강대 교수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행정부 관료와 달리 국민이 직접 뽑는다. 그만큼 도덕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직업보다 높은 편"이라며 "사회 전반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사회 문제가 됐는데,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가 불균등한 기회를 남용하니 더욱 분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과거에는 문제가 없던 위장전입이 이제는 고위층 인사청문회의 큰 화두가 된 만큼 이제는 가족채용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 잣대가 됐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가족 채용과 같은 새로운 도덕 잣대에 반응하고 나아가 사회 규범으로 정착하는 게 일반적인 도덕 기준의 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지도층의 특권 내려놓기가 국민의 도덕성 회복을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도 "공론장에 가족채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일반 회사의 오너도 자녀 채용에 대해 눈치를 볼 것"이라며 "국회의원 중심으로 법안발의까지 된다면 과거 위장전입처럼 관행이 불법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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