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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김영란法을 대하는 자세 (3)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02 17:27

수정 2016.08.02 17:27

[노동일 칼럼] 김영란法을 대하는 자세 (3)

최근 프로야구에서 또다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특히 전도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푼돈의 유혹에 넘어간 점이 가슴 아프다. 7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5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우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보고서야 곡절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승부조작 사태의 이면에는 프로스포츠 전체에 만연한 '스폰서' 문화가 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아는 형님'들이 공짜로 향응을 제공하면 선수들은 쉽게 넘어간다. 밥과 술로 시작되는 작은 호의는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 때로는 유흥업소까지도 한두 번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결과는 헤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승부조작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사 대체로 비슷하지 않겠는가. 작은 미끼로 대어를 낚는 수법 말이다. 미리 밑밥을 깔아준 다음 낚싯바늘에 끼운 미끼를 슬그머니 드리운다. 검사나 공직자들을 스폰서하는 자들이 노리는 바가 그런 것이다. 밑밥은 밥자리, 술자리로부터 시작된다. 골프로 여행으로, 작은 '성의 표시'로 업그레이드된다. 결국 서로 이해관계를 주고받아도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 일상화의 단계로 진화한다. 공직자로서는 이미 죽은 물고기나 진배없다. '향기 나는 미끼 아래 반드시 죽는 고기 있다'는 속담이 말하는 게 그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 규모가 커서 특별한 문제로 보일 뿐 승부조작에 가담한 프로선수처럼 되는 것이다.

나는 본란에서 여러 차례 김영란법에 대한 찬성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말이다. 법이 만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말이다. 헌재의 합헌결정 이후에도 특히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 돈 내고 먹으면 3만원짜리 밥도 쉽지 않다. 내 돈으로 선물한다면 5만원짜리 선물도 망설일 것이다. 10만원이면 어지간한 경조사에는 대체로 통용된다. 그게 보통 사람의 삶이다. 눈먼 돈이거나 뇌물의 다른 이름이거나 보험성이기에 자꾸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최근 홍만표 변호사가 탈세 혐의로 기소되었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는 변호사 활동 몇 년 만에 수백억대 거부가 된 소득을 올렸다. 그 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뻔히 아는데 검찰은 애써 외면하려 한다. 전 검사장으로서 검찰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른바 '몰래 변론'은 문제 삼지 않는다. 김영란법이 진작 있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홍 변호사는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선처를 부탁하기 위해 최윤수 당시 서울지검 3차장을 수차례 만나고, 20차례 이상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검찰이 '실패한 로비'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실상이 어디 그렇겠는가. 김영란법은 이를 '부정청탁'이라고 규정한다. 2회 이상 계속되면 서면으로 기록하고 상급자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왜 필요한지 웅변하는 사건이다.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경우 처음부터 신고하고 처리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할 필요가 있다.

헌재가 밝힌 대로 이 법은 사실상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 일상의 삶이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법이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익숙한 것과 결별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게 김영란법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이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해야겠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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