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학당' 오명 벗는다
"조율 안되는 논평 다수" 갈등 격화 개혁방침에 당 민주주의 훼손 지적
새누리당 새 지도부가 10일 공식 회의에서 최고위원의 발언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거 최고위원회의가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판을 받자 나온 방안이지만 이로 인해 당내 소수파의 의견이 묵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에서는 당 지도부가 벌써 언로(言路)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이정현 대표는 "과거 최고위원회의는 조율이 안되는 논평이나 내놓았던 곳"이라며 비공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조율 안되는 논평 다수" 갈등 격화 개혁방침에 당 민주주의 훼손 지적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이 신임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최고위원들이 제한 없이 말했는데, 앞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만 공개 발언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이면 이견 있는 분야나 당내 문제는 비공개 토론을 통해 조율하고 당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새 지도부의 이러한 결정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붙여진 '봉숭아 학당'이라는 오명을 제거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야당이 된 2002년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한 뒤 9명의 최고위원이 공개회의에서 빈번하게 다퉈 논란이 됐었다. 특히 김무성 대표 시절에는 최고위원들이 서로 고성을 지르는 등 갈등은 극에 달했다. 새 지도부 들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와 더불어 수장인 이정현 대표가 강조했던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인식에 따라 결정된 '개혁 방침'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고위원의 발언을 제한하는 것이 당내 민주주의에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 최고위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봉숭아학당'이라고 폄하했지만, 당내 자유로운 의견이 개진되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점도 있었다"며 "발언이 자유롭다고 입 자체를 막아버리는 결정은 과거 총재 때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박계에서는 향후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한 눈치다. 한 비박계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은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기자들 앞에서 최고위원끼리 싸우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도 "일단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통화에서 "전당대회에서 나온 결과는 민심과 당심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친박당이 되어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소수를 포괄하고 민심과 가깝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고위원 중 비박계는 강석호 의원뿐인데 말할 기회를 막는 것은 민심과 더 멀어지겠다는 뜻"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최고위원회의는 말 그대로 회의이지. 전혀 조율되지 않은 논평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논평으로 하고 회의가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다 느껴왔을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이 결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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