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2野 선명성 경쟁에 국민의당 제3당의 길 잃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1 16:14

수정 2016.08.11 16:14

야권이 각종 이슈를 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제3당에 오른 국민의당이 '중도보수적 색채'를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호남 구애에 전국적으로 세를 떨치지 못한 채 '호남신당'으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적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확고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전국적인 기반 확대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주창하고 있는 '플랫폼 정당화'를 통해 많은 후보군이 모여 대선 경선을 치르는 판을 잘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야당 정체성을 뚜렷하게 세울 것을 연일 주문하고 있다.
더민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등 야권의 대표적 공조 현안마다 제1야당보다 더 선명한 야성(野性)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국민의당의 행보가 합리적 보수층까지 포용해온 당의 중도 이미지를 희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중도개혁 기치를 내세워 중도층을 공략해왔던 국민의당이 이슈마다 진보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중도 성향 지지층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희대 정치외교학부 김민전 교수는 "지난 4·13 총선에서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대거 불러모았기 때문에 정당투표에서 2등을 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사드의 경우 햇볕정책 승계라는 측면에서 반대를 주도하고 있지만 보수 지지자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어 국민의당에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달아 호남을 찾으며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 것을 두고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13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 이후 더민주에 지지율을 추월당한 상황에서 호남 민심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판단도 일리가 있지만 '호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전국정당을 표방하더라도 호남당으로 보여지는 태생적 한계는 분명하다"며 "전국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의당만의 선명한 색채를 보여주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딜레마 속에서 국민의당의 돌파구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리베이트 파동으로 그간 어렵게 따놓은 점수를 잃은 국민의당의 재기를 위해선 전국적 지지가 필요하고, 지금 상황에서 전국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길은 당내 대선 구도 형성에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국민의당으로서는 외부에서 유력한 주자를 영입해 대선 경선 국면을 잘 만드는 게 당의 운명을 길게 가져가면서 성장할 방법"이라면서 대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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