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청문회 증인채택 놓고 힘겨루기 반복 "한국정치 고질적 문제… 제도개선 시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18 18:51

수정 2016.08.18 19:17

여야가 서별관 회의 청문회의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교착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문회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3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원·더불어민주당 전해철·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서별관 회의 청문회의 핵심 증인을 둘러싼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요구한 증인 4명에 대해 우리 당은 못 받는다고 전달했다"며 "전향적인 의견이 있을 때 어느 쪽이든 먼저 연락해서 만나기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증인으로 요구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및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에 대해 상임위 간 중복 증인 채택과 전직 인사 증인 채택이 어렵다는 이유로 협상에 불응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과거 청문회에서도 항상 제기되던 문제였다. 2015년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새누리당은 '전직 증인 불가론'을 내세워 결국 3달간의 대치 끝에 증인 요구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당시 청문회는 제대로 조사를 못 하고 빈손으로 끝났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014년 열린 세월호 청문회 역시 증인을 둘러싼 줄다리기 싸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청문회 증인 채택 절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화에서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채택으로만 힘을 빼는 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청문회를 담당하는 위원회 의원 1/3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증인을 채택하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전에 의원 개인이 행정부를 보호하겠다는 인식을 없애야 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최대한 많은 증인이 사건 해결에 용이하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청문회의 증인 채택은 만장일치와 같은 '합의'가 아닌 '협의'의 사항이다"며 "현행 국회법상 증인 채택이 결렬된 이후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다. 기존 절차대로 위원회를 소집해 의원 절반이 모여야 표결이 된다면 다수당은 안 오면 그만이다"고 꼬집었다.
서 위원은 "제도의 정비 없이 또다시 증인 채택이 안되면 정치불신의 도돌이표가 되는 것은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소수당이 요구하는 증인을 전체 증인 중 30%에 반영하는 미국의 '소수당 선정 증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두 전문가는 "전직 기관장이 문제를 저질렀으면 당사자에게 듣는 게 당연하고, 중복 증인 참석 역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새누리당의 증인 채택 거부는 진실을 파악하겠다는 마음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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