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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칼럼] 검찰의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3 15:00

수정 2016.09.13 15:02

[노동일 칼럼] 검찰의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다

오래전 이야기다. 신문사에 근무하던 초기였으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언론계 인연으로 안면을 튼 지인들과 식사 자리를 갖던 중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모 지방 도시의 유지로만 알던 옆자리 지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상당히 뼈대(?) 있는 계보의 중간 보스급 조직원이었던 것이다.
깊은 속내를 나눈 것으로 생각했는지 그는 나에게 아무개 검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검사라는 대답을 들은 그가 꺼낸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해당 검사가 지청장으로 부임한 날부터 떠날 때까지 얼마나 잘 모셨는지 한참 늘어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오래된 얘기다. 지금은 그처럼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스폰서는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검사 관련 추문은 대개 개인적 일탈로 치부한다. 그런데 당장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친구야"를 입에 달고 사업가 친구와 어울려 향응을 즐겼다.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는 김 검사가 친구의 구명을 위해 큰 활약을 했음을 말해준다. 바로 '그때'를 위해 친구는 검사를 관리해 온 것이 아닌가.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은 법정에서 "단짝 친구의 호의와 배려를 검찰이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의와 배려를 베푼 넥슨 김정준 회장의 얘기는 다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어디 이들만인가. 한 건설업자는 해당 지역의 검사장부터 검사들까지 수십명이 오랜 세월 주지육림을 즐기도록 '호의를 베푼'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다. 언젠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한번 써먹기 위해 평소에 꾸준히 관리해온 검사라는 점이다. 이유는 다 아는 대로다. 검사가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 불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을 한 몸에 지닌 막강한 권력기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얽혔을 때 그 엄청난 권한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 달라는 희망인 것이다. 구조적인 비리건, 개인적 일탈이건 그 성격은 전혀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권력이 집중된 조직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허약한(?) 기관의 구성원에게 누군가 그처럼 다양한 호의를 베풀었다는 말은 들어본 바가 없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외국인 관리, 출입국 관리, 재소자 관리 등까지도 검사들이 주축이 된 조직이 맡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에 유례가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자명하다.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되찾게 해야 하는 것이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질환 등 숱한 질병이 비만에서 유래된다. 그래서 살 빼라는 말, 다이어트라는 말이 가장 흔한 말이 되었다. 세상사 이치는 똑같다. 조직도 지나치게 비대하면 질병이 유발되는 것은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검사 비리, 검찰총장 사과, 자체 개혁안, 또 다른 비리. 이런 식의 쳇바퀴는 어지간히 돌 만큼 돌았다. 이번에도 검찰이 내놓은 셀프 개혁안이 효과가 없음을 입증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관리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 되지 않는 한 보험을 드는 일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기소 대배심제 도입, 법무행정의 탈검찰화 등 숱한 개혁안이 이미 나와 있다. 검찰이 저항만 하지 않는다면 쉽사리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첩경은 지나친 비만이 모든 질병의 근원임을 검사들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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