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소리꾼 장사익, 다시 노래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3 17:04

수정 2016.10.03 17:04

내일부터 '꽃인듯 눈물인듯'공연.. 성대수술 후 첫 무대
소리꾼 장사익, 다시 노래하다

우리 시대의 가객 장사익(67.사진)이 다시 노래한다. 5일부터 7까지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장사익 소리판 '꽃인듯 눈물인듯' 공연이 펼쳐진다. 1994년 45세 나이로 데뷔한 장사익은 22년간 총 8개의 앨범을 내놓으며 '우리의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소리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올해 초 성대에 혹이 발견돼 수술하면서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노래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잃은 그 시간은 어땠을까. 무대로 돌아온 그가 "꽃인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이라고 노래한 김춘수 시인의 시 '서풍부(西風賦)'에서 공연명을 따온 것은 아마도 '노래를 잃은 그 시간'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기 가장 적합해서였을 것이다.
그는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를 잃고 지낸 시간은 눈물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 그때가 진정 꽃이고 행복이었다"며 "앞을 향해 질주만 한 지난 20여년 남짓의 시간들을 잠시 멈춰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는 공연의 1부는 시의 향연이다. 시를 노래하는 그답게 수없이 입속에서 굴러내 되새김질한 노래를 툭 떨어낸다.

아팠던 시간만큼 노래는 그 무게보다 성찰이 깊어졌다. 마종기 시인의 '상처'처럼 스스로 아픔을 품어 삶이 깊어지는 우리네 모습을 노래한다. 또 "젊은 날/떫고 비리던 내 피도/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 밖에는"라고 노래하는 허영자 시인의 '감'처럼 주름져가는 삶이 결국 익어가는 인생임을 담담히 흘러낸다. 2부는 그가 들으며 살아온 노래들로 짜여졌다. '동백 아가씨' '님은 먼 곳에' '봄날은 간다' 등 옛 히트곡들을 그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부른다.
한편으로 안일할 수 있는 리메이크지만, 그의 노래는 쉽지 않다. 이미 익숙한 길을 낯설어지게 만들어 없던 쾌감을 더하고, 그만큼 체중을 덜어내는 치밀함이 담겼다.
너무나 익숙한 노래지만 '장사익 버전'으로 바뀐 노래에서 그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조윤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