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은 9월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경제성장과 경제정의' 강연에서 법인세 증가를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25%)으로 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며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낸 다음에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유 의원의 입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9월 26일 "우리 당은 법인세 인상을 아주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한 이후, 야권에서는 끊임없이 원상회복을 주장해왔다.
남경필 지사 역시 당적과는 거리가 먼 아젠다를 내놓고 있다. 남 지사는 대권행보를 위한 토론회를 거듭하면서 '수도이전'과 '모병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당 김성태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대권욕으로 수도이전과 모병제를 말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며 "인기영합적 정치 행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남 지사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 와중에 "노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친기업적 성향을 드러내던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 8월 '격차 해소 토론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론과 거리를 둔 행보에 대해 입장이 엇갈린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민전 교수는 통화에서 "당론은 영구불변하지 않는다.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는 줄곧 중도층을 얻기 위한 행보를 걸어왔다"며 "오히려 보수의 방향이 총선 이후 새롭게 정의돼 두 주자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일관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 주자는 총선 이후 달라진 분위기에 맞추려는 영합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권 잠룡이 당내 강경 보수 세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단지 언론에 주목받기 위한 행동"이라며 "대선 경선 과정에서 후보군이 줄어들수록 이러한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고 판단했다.
당론과 배치되는 '중도 노선'은 당장 힘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성태 의원의 '인기영합'발언을 비롯해 법인세 인상과 수도이전 등에 대한 당내 지지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이후 당이 혼란스럽지만 보수가 지켜야 할 도리는 있다"며 "당에서 법인세 인상이나 강한 안보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내면 당 조직 자체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굳이 그 주장이 옳다면 토론이나 강연 말고 당 내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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