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The Obama Era)'.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스(NYT)에 실리고 있는 연재기사의 제목이다. NYT는 오는 20일 끝나는 오바마 시대의 공과를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을 여섯번에 나눠 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미국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견제가 심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대통령 권한인 행정규제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행정규제와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에 이어 1월 1일자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사가 실렸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개혁, 인종차별 철폐 정책 등에 대한 기사와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분석 글이 실릴 예정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유산을 철저히 분석, 평가하는 글은 단순한 기록으로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사전 평가를 통해 트럼프 시대에도 이어나갈 유산은 혹 없는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2017년을 맞았다. 지난해에 시작된 소용돌이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은 새해 기분이 들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특검 수사, 관련자 사법처리에 이어 새 대통령 선출이나 되어야 새해 느낌이 들 수 있을까. 하지만 그때까지 새로운 출발을 마냥 유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언론에 제안하고 싶다. 우리도 NYT와 같은 시리즈물을 준비하자고. 물론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쏟아져 나오는 헌재와 특검발 기사를 따라가기만도 숨이 가쁠 것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한다. 조기 대선 얘기가 간간이 나오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는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 문제는 또다시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기만 하면 불행한 헌정사가 단절될 수 있을까. 개헌만 하면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강산으로 갑자기 일신할 수 있을까. 대통령 결선투표만 하면 지고지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나. 누구나 예상하는 바이지만 그럴 리 만무하다. 보이는 인물들이나 사회시스템은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그대로 둔 채 대통령만 바꾼다고, 헌법만 정비한다고 하루아침에 나라가 달라지는 기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신화는 어떻게 생겼을까. 박정희 신화의 후광만일까. 정치권과 언론이 합작한 결과는 아닌가. 선거와 국정운영 능력은 별개라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민주주의 훈련이 되지 않은 개인적 특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관료, 교수, 법조인, 재벌들까지 대통령의 한마디에 굴종한 것은 왜일까.
어처구니없는 개인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우리 사회의 근본적 결함은 무엇인가. 개인의 특성인가, 제도의 실패인가. 둘 다라면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나. 제대로 된 처방전이 나오기 위해서는 진단부터 확실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여전히 국민안전이 확실해졌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사고원인도 모른 채 애꿎은 해경 해체라는 초강수부터 두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도 마찬가지다. 3000만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의 몰살, 계란대란은 철저한 원인분석이 없는 땜질식 대처가 근본원인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고,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은 손쉬운 해법부터 찾는 우리의 습관 탓이다. 박근혜 시대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새해를 시작하자.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전체적인 반성과 성찰이 있을 때 진짜 새해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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