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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몰입형 게임극 '빙파우스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7 15:52

수정 2017.04.27 15:52

[리뷰] 몰입형 게임극 '빙파우스트'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빙파우스트 '메피스토의 상점'
"노력하는 자는 방황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예전부터 좋아하는 문장이다. 노력을 하게 되는 원천은 무엇인가. 욕망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 주변에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앞서나가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인생 가운데 있다.

서울 방배동의 '두리춤터'에서 지난 2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몰입형 게임극 '빙파우스트(Being Faust)'는 이러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미 지난 2014년 서울도서관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국립극장과 문화역서울 284 등 국내 공연을 거친 후 홍콩, 아테네, 프라하, 마닐라, 도쿄, 바이마르 등 전 세계의 12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온 빙파우스트는 이번에 다시 서울로 돌아와 전열을 재정비하고 관객들을 맞이하는 중이다. 본 공연을 앞둔 24일, 사전 프레스 리허설에서 본 공연과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극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그저 요즘 유행하는 방탈출 게임과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게임극은 참가자 개인과 몇몇 동료 간 역량만을 겨루는 형식이 아니었다. 중요한 가치 판단들이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게임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소설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욕망거래 상점, 즉 공연장 내부로 들어서자 마자 자신의 휴대용 기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상점에서 제시한 12가지 가치 중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6가지를 선택한다. 이후 그 판단이 실제 욕망과 일치하는지 심리테스트를 통해 알아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 자신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본격 게임을 참여하기 위해 메피스토의 상점에 진입하는데 파우스트 소설 속의 수많은 문장들이 종이에 적혀 옷걸이에 걸린 채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순위에 맞춰 그와 일치하는 내용이 담긴 문장들을 가장 많이 산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인데, 이 문장들을 사기 위해서는 게임 머니가 필요하고 게임 머니는 모바일에 등록된 자신의 지인을 가상으로 판매함으로서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높다. 우승을 위해 소중한 지인을 팔 것인가 고민과 동시에 문장을 쇼핑하기 위해 이것저것 고르면서 파우스트의 내용을 자연스레 조각 조각 읽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게임극 참가자들은 내면의 수많은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중간 중간 상점을 돌아다니는 12명의 메피스토들이 다양한 제안을 해오는 데 이 가운데서도 참가자들은 고민 가운데 놓이게 된다.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가려지면 이후엔 DJ의 신나는 EDM 음악과 함께 파티가 진행된다. 혼자보단 두 명 이상 동행자가 있어야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성적표를 한켠에서 출력하고 살펴볼 수 있는데 극장을 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왜 그렇게 분주히 갈구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공연은 3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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