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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장갑차 디자인 온라인 투표'...'엉뚱한' 국민소통 행보 뭇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0 17:27

수정 2017.09.10 17:27

전근대적 발상 속에  지휘용장갑차량 디자인 응모추진
방탄복 국방규격 변경에 이어 또 비전문가 의견 수렴
디자인 선호도 조사 비난일자 돌연 중단.
방위사업청은 지난 5일 방사청 페이스북에 '차륜형지휘용장갑차' 국민 선호도 조사를 위해 네 가지 디자인을 공개했다. /사진=방사청 페이스북
방위사업청은 지난 5일 방사청 페이스북에 '차륜형지휘용장갑차' 국민 선호도 조사를 위해 네 가지 디자인을 공개했다. /사진=방사청 페이스북


방위사업청이 국민소통 차원에서 군의 '장갑차 디자인'을 네티즌 투표로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무기체계에 대한 '엉뚱한 국민소통' 행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온라인 조사를 중단했다.

방사청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차기 지휘소용 장갑차'의 기본·A·B·C형의 네 가지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고, 일반인 선호도 투표 결과를 반영해 이중 하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군 안팎에선 앞서선 '방탄복 국방규격'을 비전문가인 장병의사로 변경하더니, 이번엔 무기체계의 성능과 연관된 장갑차 디자인을 국민선호 디자인으로 변경하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무기체계 비용과 성능 등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하는 전문가적인 영역을 국민소통이란 정부철학에 맞춰 '아무데나 소통'을 대입시켰다는 것이다.

10일 익명을 요구한 방산 관계자는 "무기체계의 형상(디자인)은 일반인의 선호도를 통해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기의 성능과 비용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장갑차 형상의 변경은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민간의 승용차라면 돈을 더 주고 예쁜 디자인을 고를 수 있겠으나 국민세금으로 제작돼 군에서 운용되는 무기는 비용대비 성능으로 디자인이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산업체들에 대한 비용전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방산업체는 방사청의 눈치를 봐야하는 '을'의 입장인 만큼, 형상변경으로 발생하는 비용상승이 개발업체의 몫이 될 것이란 얘기다.

당초 방사청은 장갑차 디자인 투표의 취지에 대해 '장갑차를 탄 우리군의 사기'와 '적군에게 보이는 모습'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적군에게 무기체계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스텔스 디자인'이란 현대 무기체계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방산 전문가는 "디자인 응모 발상 자체가 현대전에 부합되지 않는 사고"라며 "현대 무기체계의 형상은 스텔스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적에게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는데, 방사청의 이번 디자인 투표는 노즈아트(nose art·상어이빨과 같은 눈에 튀는 그림을 그려 넣는 것)를 그렸던 과거 2차 세계대전이나 월남전 등 근대전 발상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상 변경이 일어날수록 기존 장갑차 부품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군수지원·비용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방사청이 ‘최저 비용'을 통한 '최대 효과'라는 본연의 임무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차륜형 지휘소용 차량 디자인 선호도 조사는 성능에 지장을 미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진행된 것으로 이 차량을 주로 이용하게 될 육군이 방사청에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선호도 조사는 지난 6일을 기점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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