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허리케인 충격, 美경제지표 일시 급락… 장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0 17:53

수정 2017.09.10 17:53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 일주일만에 6만2000명↑
30만명 육박… 5년來 최대.. "40만명 이를것" 전망도
"허리케인 충격, 美경제지표 일시 급락… 장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

【 서울.로스앤젤레스=송경재 기자.서혜진 특파원】 "이같은 재난들의 장기적인 효과는 불행히도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9일(이하 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Irma)'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더들리 총재의 지적처럼 허리케인이 미국 남부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지만 미 경제 전체로는 장기적으로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리케인이 삼켜버린 집, 사무실, 상가. 공장, 도로 등을 다시 지어야 하고, 이재민들은 집안 살림을 다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피해복구비용 성장률 끌어올릴수도

피해지역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경제 전체로는 소비가 탄력을 받는 효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허리케인으로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휘발유 값이 한동안 상승흐름을 탈 것으로 보이는데다 복구작업이 본격화하면 건축자재와 임금이 뛸 것이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도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켓워치는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미 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이 사라지는데 수년이 걸리고, 막대한 피해복구 비용을 안기겠지만 역설적이게도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미 경제의 실제 흐름을 관측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허리케인 충격파가 끼어있어 경제지표들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지표들은 일시적으로 과도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고용, 건설 등 월간 지표들은 앞으로 한 두달 동안은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기침체 수준에 버금가는 악화 흐름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 지표는 실제 경제흐름보다 더 강한 모습을 띨 전망이다.

연준내 목소리가 큰 더들리 총재는 "폭풍에 피해를 입은 모든 것들을 되살려야 하기 때문에 불행히도 이같은 재난의 장기효과는 경제활동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재건 붐이 일면 일자리, 소매매출, 소비지출, 제조업 활동 등이 모두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파괴된 주택, 도로, 해안선 복구에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손실 최대 650억달러

허리케인 하비 충격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주 미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1주일 전에 비해 6만2000명 증가한 29만8000명을 기록했다. 주간 단위 증가폭으로는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증가폭 거의 모두가 하비 충격이 가장 심했던 텍사스 주에서 나왔다. 일부에서는 '어마' 충격이 더해지면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4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발표되는 8월 소매매출은 이전 예상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말 하비 상륙 직전 멕시코만 일대 미국인 수백만명이 재난에 대비해 비상식량 등을 사느라 소비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하비와 어마에 따른 경제지표 왜곡은 최소한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트은행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과 10월 미 경제지표 모두는 부정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후 11월과 12월에는 재건에 따른 지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내년 1.4분기 전까지는 경제 지표들이 허리케인 왜곡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CNBC는 리스크 모델링 소프트웨어 업체인 AIR 월드와이드 추산을 인용해 허리케인 어마로 보험사들이 물어줘야 할 손실 규모가 200억~6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플로리다 등 비상사태 선포

한편, 허리케인 '어마'는 카리브해 섬들을 강타한 뒤 9일밤 시속 209km의 강풍을 동반하고 미 플로리다주로 접근하면서 풍속등급이 3등급에서 4등급으로 격상됐다. USA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10일 오전 1시 현재 허리케인 어마는 플로리다주 서부해안에 위치한 키스제도를 향해 시간당 21.6km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어마는 이날 오전 키스제도를 강타한 뒤 오후에 플로리다주 남서부 해안을 따라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리케인 어마로 현재까지 최소 2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스콧 주지사는 9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어마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하고 파괴적인 태풍"이라며 "그것은 살인자"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일찌감치 주 남부와 중부 전체에 거주하는 63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뿐 아니라 조지아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 주 바로 밑의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해놨다.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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