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마약 소변검사서 ‘음성‘→국과수서 ’양성‘..시료 봉인 안됐다면 무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2:00

수정 2018.02.19 12:00

당초 소변 시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은 마약 성분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검출된 경우 경찰이 소변을 제대로 봉인해 국과수에 보냈다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위적인 조작·훼손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시료 동일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51)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형사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임을 확신하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원심은 객관적·과학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차씨는 2016년 9월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앞서 2015년에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차씨가 소변과 머리카락을 경찰에 임의로 제출하는 데 동의함에 따라 경찰은 조사실에서 시약으로 차씨가 받아 온 소변에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있는지를 검사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감정결과에서는 소변과 모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자 차씨는 “2015년 사건 이후에는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경찰이 소변·모발을 밀봉하지 않은데다 장시간 조사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소변·모발을 밀봉한 만큼 감정기관이 내 소변·모발을 감정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 2심은 “경찰이 필로폰을 투약 피의자의 소변·모발을 채취해 감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앞에서 소변·모발을 밀봉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감정결과의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이나 증명력(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의 실질적 가치)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찰은 음성으로 나온 소변 검사 직후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 봉인용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갖고 나갔고 차씨의 머리카락도 뽑은 후 그 자리에서 별다른 봉인 조치를 하지 않고 밖으로 갖고 나갔다“며 ”이후 조작·훼손·첨가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행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과수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에 포함된 세포의 DNA 분석 등 차씨의 것임을 과학적 검사로 확인한 자료도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국과수의 감정물이 차씨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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