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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 수싸움 치열] 동시다발적 北美 실무회담 이어 북핵 반출 신경전 시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6:21

수정 2018.05.30 16:21

[세기의 회담 수싸움 치열] 동시다발적 北美 실무회담 이어 북핵 반출 신경전 시작
북미간 비핵화·체제보장 및 장소·의전 관련 실무회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북한의 핵탄두 해외반출 문제를 놓고 러시아 등 주변국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탄두 해외반출에 이어 북한의 체제보장을 합의하는 등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향후 북핵 반출에 대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간의 신경전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미 정상회담 전 방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어디까지 이야기되고 있는지 살피는 등 미국과의 신경전을 시작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 협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 핵기술 유출 우려에 방북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비핵화 실무협상팀이 30일 판문점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협상팀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양국 의견을 조율한 합의안 초안을 놓고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조 헤이긴 미국 백악관 부(副)비서실장 등 미국 실무팀과 북·미 정상회담의 회담 장소, 세부일정 및 의전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들 북미 실무협상팀들은 이번주 후반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에 맞춰 북·미 정상회담 의제의 밑그림을 완성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방북하는 것이어서 러시아가 북·미 주도로 이뤄지는 판에 끼는 것이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러시아의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될 북핵의 해외 반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러시아는 지난 천안함 사건 때도 조사단에 포함됐지만 조사의 목적보다 북한 어뢰와 관련된 러시아 군사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함이 가장 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옛 소련제들인데 해외로 반출 또는 해체할 때 러시아가 꼭 참관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들고 왔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문제는 향후에 논의할 거리들이고, 지금은 해외 반출될 예정인 핵탄두 기술 등이 미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방북 목적은 △핵탄두와 미사일의 러시아 반출 △해체시 러시아의 참관 △유엔안보리 상임 5개국의 공동관리 등을 요구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핵탄두와 기술의 권리나 제작권은 러시아에게도 있는 만큼 미국이 큰 반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단 이같은 요구를 북·미 정상회담 이후나 현재 실무협의에서 잘 풀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핵폐기 놓고 미일 VS 북중러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모두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를 6자회담 형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공통된 시각을 내놓는다. 북한과 미국간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을 진행하겠지만 북핵을 폐기하는 문제는 주변국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만 해도 핵탄두와 미사일 기술의 유출 문제가 맞닿아있다. 핵탄두와 미사일을 해외로 반출하는 문제에 대해 유엔안보리 상임 5개국 외에 미국 대신 일본이 참여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의 이번 방북은 북핵의 해외반출과 해체를 놓고 벌어질 6자간 신경전의 전초전인 셈이다.
북한도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중국외에 러시아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만큼 러시아의 요구를 물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러시아의 방북은 지난 3월께 예정돼있었던 것이어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대비하기 위한 '카드'로 작용하는 것일 뿐, 북핵 문제를 협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러시아의 방북은 이미 예정돼있는 것이었고 북한이 중국이외에 또 다른 카드로 러시아를 대두시키는 것"이라며 "아직 핵탄두와 미사일 반출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러시아가 이번 방북에서 핵문제를 논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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