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인사보복의 피해자로 나와 진술할 예정이었던 서 검사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조직 안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통해 우원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인사 관련 권한을 남용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향후 검찰 내 인사업무의 객관성 및 공정성,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 제2의 서지현 검사가 나오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몇 가지 정황과 추리에 의해 부당한 인사지시가 있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온갖 모해에 대해 완벽하게 해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로 추정될 수 없다.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해야 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 검사는 이날 재판에 피해자신분으로 진술할 예정이었으나 사건 기록 열람·복사 신청에 대한 법원의 답을 듣지 못하자 지난 12일 재판부에 불출서 사유서를 냈다. 참고인 진술조서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 진술권을 실효성있게 보장받을 수 없었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제3항은 "재판장은 피해자 등의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그 밖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범죄의 성질, 심리의 상황,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열람 또는 등사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열람·등사 청구권은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권리와 별도로 존재하는 피해자의 독립적인 권리"라며 "열람·등사가 지연됐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공판 기록이나 증거 전반에 열람·등사를 하게 하고, 사건에 관한 법정 진술을 허용하면 피해자는 소추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건 전반을 검토해 유죄 근거를 제시하는 건 소추기관인 검사에게 오직 맡겨진 것으로 피해자에게 검찰의 역할을 맡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서 검사가 증기선청을 철회한 것으로 보고 그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검사를 좌천시킬 목적으로 검찰국장 권한을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들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 요지다.
그러나 서 검사가 관련 의혹을 폭로하면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됐고,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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