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8년 만에 나온 신라면 신제품 '건면' [김기자가 먹어봤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6 10:09

수정 2020.02.17 14:20

[김기자가 먹어봤다 1] 농심 신라면 건면
신라면 건면 포장 전면. 사진=김성호 기자
신라면 건면 포장 전면. 사진=김성호 기자


라면시장 최강자 농심이 신라면 건면을 출시하며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 주도하는 라면시장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주목할 건 신제품 중 하나가 아니라 대표브랜드 신라면의 새 라인업이란 점이다. 혹시라도 망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와 자존심에 타격이 적지 않을 텐데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지 싶다.

가장 강조하는 건 역시 건강이다.
포장에서부터 Non-frying(튀기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니 건강을 생각한 것 같기는 한데, 라면이 몸을 생각하며 먹는 음식이던가 하는 생각부터 든다. 몸을 위해서라면 신라면 건면이 아니라 보양식이나 영양보조제를 챙겨 먹을 테니 말이다. 중요한 건 결국 맛이다.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유탕면의 세계에 건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건지 궁금하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먹어봤다.

신라면 건면 포장 뒷면. 야채조미유를 같이 넣으란 문구를 특별히 강조해 놓았다. 사진=김성호 기자
신라면 건면 포장 뒷면. 야채조미유를 같이 넣으란 문구를 특별히 강조해 놓았다. 사진=김성호 기자


처음 눈에 띄는 건 포장이다. 새빨간 색이 상징이던 신라면이 누런빛이 감도는 흰 배경으로 덮였다. 포장만 봐도 전보다 건강해 보인다는 인상이 드는 건 기분 탓이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건면’과 ‘Non-frying’. 뒷면엔 ‘칼로리 350kcal, 지방 3.6g’이란 글자가 눈에 띄게 박혔다. 기존 신라면이 520kcal에 지방 16g이었으니 대폭 줄어든 건 분명하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포장을 뜯어보니 면과 스프가 나온다. 면은 농심을 대표하는 둥그런 면이다. 튀기지 않았다더니 단단하고 얇고 가늘다. 기존 신라면 면발보다 왠지 모르게 작은 느낌이다. 포장을 봤더니 실제 중량도 전보다 가벼워졌다. 기존 신라면은 120g인데 건면은 97g밖에 안 된다. '뭐야, 조금 주면서 칼로리가 적어졌다고 한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의심이 많아야 훌륭한 소비자가 된다. 바로 농심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전혀 아니란다. 기름에 튀기면 기포가 생기면서 면이 부풀어 크게 보이고 기름이 면에 스며들며 중량도 16g 정도가 늘어난단다. 16g을 더해도 113g이긴 한데. 뭐 아무튼 물이 끓었으니 면은 냄비로 간다.

튀기지 않아 건강해진 건면. 단단해서 쉽게 부스러지지 않는다. 사진=김성호 기자
튀기지 않아 건강해진 건면. 단단해서 쉽게 부스러지지 않는다. 사진=김성호 기자

스프도 세 봉지나 있다. 기존 분말과 후레이크에 더해 야채조미유가 추가됐다. 양파와 고추 등을 넣고 볶아서 풍미를 더하는 기름이란다. 외형이 짜파게티에 들어있는 올리브조미유와 닮았다. 그렇다고 짜파게티처럼 나중에 넣으면 안 된다. 같이 넣고 끓이라고 겉면에 강조해놓은 걸 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닌 듯하다. 자신감을 가질 일이다.

면과 스프를 넣고 4분30초를 기다린다. 라면을 끓일 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4분30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며 현대인은 유혹에 약하기 때문이다. 자칫 배가 고파 4분이나 3분30초나 3분이나 심하게는 그보다 일찍 불을 끌 수 있다. 한눈을 팔다가 5분이나 5분30초나 6분 혹은 그 이상 끓이는 참사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인간은 본래 그런 동물이지만 본인은 시식기를 쓰라는 명을 받은 기자이므로 알람을 맞춰두고 조리법 그대로 끓여냈음을 밝힌다.

끓을 때 스프냄새만 맡아봐도 신라면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신라면 특유의 코를 찌르는 매운 기운이 없는 것이다. 문득 라면은 몸이 나빠지는 듯한 맛이 나야 정말 맛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쓸 데 없는 생각이다.

야채조미유를 넣지 않으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하다. 사진=김성호 기자
야채조미유를 넣지 않으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하다. 사진=김성호 기자


혹시 라면을 잘 끓이는 법이 있나 해서 검색해보니 건면은 끓이면서 뒤적뒤적 섞어주면 좋단다. 따로 할 일도 없으니 열심히 섞어주기로 했다. 무언가 노력이 들어가니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본인은 계란을 좋아하므로 계란도 하나 넣어주었다.

다 끓은 라면을 그릇으로 옮겨 담았다. 설거지 거리가 늘어나니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명색이 시식기 아닌가. 그릇에 담아 격식을 갖춰보았다.

자, 이제 먹을 차례다. 면발이 다른 라면보다 훨씬 탱탱하고 쫄깃한 느낌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본라멘이 떠오른다. 대신 유탕면 특유의 고소함은 사라졌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다. 대충 뭔지 알리라 믿는다.

다 끓인 라면을 그릇에 옮겨담아 보았다. 사진=김성호 기자
다 끓인 라면을 그릇에 옮겨담아 보았다. 사진=김성호 기자

본 기자는 탄수화물 중독이라 국물에 꼭 밥을 말아먹는다. 그래서 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보았다. ‘라면엔 역시 밥을 말아야지’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약 두 시간 후에 식사약속이 있었으므로 더 먹고 싶지 않았지만, 시식기를 온전히 만들기 위해 과식을 감수하기로 했다. 기자정신이다.

국물은 예상했던 맛이다. 면이 깔끔해서인지 국물도 깔끔하단 인상이다. 쇠고기국물 맛이 아주 약간 느껴지는 건 사골양념분말과 사골추출물분말 덕분일 것이다. 신라면의 상징격인 표고버섯에 야채조미유까지 넣었건만, 밋밋한 맛은 어쩔 수 없다. 이 라면을 먹어보면 본인이 기름에 튀긴 걸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본 기자는 전자다.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추천할 수 있겠다. 아이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부모 같은 경우 말이다.


가장 중요한 가격을 빼먹었다.
신라면 건면은 대형마트 온라인 매장에서 5개 들이 3980원에 판매 중이다.

잘 먹었다. 사진=김성호 기자
잘 먹었다. 사진=김성호 기자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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