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3일(현지시간) 영국의 하원이 여름 휴회를 마치고 잠시 개원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원일인 이날 야당인 노동당을 중심으로 보수당 내 존슨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입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이 법이 통과되면서 브렉시트 연기안이 가결될 경우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수를 뒀다.
존슨 총리는 2일 다우닝가의 총리관저에서 짧은 내각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나도, 여러분도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하원 의원들이 브렉시트 연기안을 가결할 경우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존슨 총리는 "내일 하원에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추진하는 무의미한 브렉시트 연기를 위한 표결이 열린다"며 "나는 의원들이 이를 가결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하원이 이를 가결한다는 것은 그들이 말 그대로 영국의 다리를 잘라내고 협상을 불가능케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일 하원에 입법되는 브렉시트 방지법은 힐러리 벤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만일 총리가 10월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을 체결하지 못한다면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까지 연기하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존슨 총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인 4일, 조기 총선 관련 안건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하원의원의 3분의 2가 조기 총선 안건에 동의하면 영국은 내달 14일 총선에 돌입한다.
존슨 총리는 "나 스스로 브렉시트를 연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10월31일 우리는 EU를 떠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에 대한 약속을 어기거나 국민투표를 무효로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존슨 총리는 지난 주말 영국 전역에서 시위를 촉발한 5주간의 의회 정회 결정에 대해 "브렉시트를 비롯해 국민 건강보험 개선 및 영국의 치안, 교육환경 개선 등 국민적 의제를 고민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나 9월 3일로 예정됐던 '여왕 연설'을 10월 14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의회의 시작을 알리는 여왕 연설이 연기되고 이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관례에 따라 9월 둘째주부터 10월 14일까지 영국의 하원은 다시 휴회에 돌입하게 됐다.
야당인 노동당은 "휴회로 브렉시트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3주도 남지 않게 됐다"며 "보리스 존스 내각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기 위해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비판했으며 이후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 입법까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카드는 여당내 반 존슨파의 입법 지지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조기 총선으로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여당 내 반존슨파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등 보수당 내 반 존슨파 인사들은 "국익을 우선시 할 것"이라며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