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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들, 50억 배상할 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6 10:14

수정 2019.10.16 10:14

‘현금배당’→‘주식배당’ 배당 오류 직원 배상책임은 인정 안 돼
법원 "배당금 시스템 허점도 사고 원인..삼성증권 책임 50%"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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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업무상 실수로 잘못 배당된 ‘유령주식’을 팔아치워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에게 약 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배당사고를 일으킨 실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삼성증권이 최모씨 등 전·현직 직원 1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중 13명에 대해 “피고들은 함께 삼성증권에 총 47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실수로 입고된 주식 530만주 매도..주가 폭락
삼성증권 증권관리팀 직원 이모씨는 지난해 4월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약 28억1000만원)을 주식배당(약 28억1000만주)으로 잘못 기입하는 사고를 냈다. 상급자도 이씨의 실수를 발견하지 못한 채 결재한 탓에 삼성증권 정관상 발행한도(1억2000만주)를 수십 배 뛰어넘는 가상주식이 발행됐다.

회사는 사고 후 10분 만에 임직원들에게 주식매도정지를 요청했으나 최모씨와 구모씨 등 22명은 약 1208만주에 대해 매도주문을 냈고, 이 중 530만주가 30분 만에 팔렸다. 당시 최씨와 구씨는 각각 144만주, 111만주를 팔았다.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종가대비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이로 인해 삼성증권은 존재하지 않은 주식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주식을 빌려 다시 상환하는 등으로 약 92억원을 지출했고,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 대해 약 4억원을 보상하는 등 총 96억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

이에 삼성증권은 실수를 저지른 이씨 등 2명과 주식을 매도한 최씨 등 13명, 총 15명을 상대로 손해액 중 일부인 55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최씨 등은 ‘전산프로그램이 오류인지 확인할 목적으로’ ‘거래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험 삼아’ 등 이유로 주식 매도 주문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령주식을 시장에 판 전·현직 임직원들이 공동으로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 등은 실제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려는 의사로 업무상 또는 신의칙상 의무에 반해 주식을 매도했다”며 “이에 회사는 주가가 폭락했고, 결제의무이행을 위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최씨 등의 대량매도행위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 입고된 것이 명백한 주식에 대해 매도주문을 실행했다면 그 결과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봐야 한다”며 “주식처분 고의가 없었더라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처리 지침을 알아본 후 따름으로써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주식 판 직원에만 48억 배상책임”
재판부는 다만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금 시스템은 사용자의 착오입력에 따라 발행되지 않은 주식도 거래될 수 있도록 설계된 허점으로 이번 사고를 발생시킨 원인이 됐다”면서 “회사가 사고 발생 즉시 사내방송이나 직원들에 대한 문자메시지 등으로 공지했다면 손해규모가 상당부분 축소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측의 책임 50%를 감안해 배상액을 산정했다.

이씨 등 실무자에 대해서는 “이들의 착오입력이 배당사고의 원인이 됐다”면서도 “착오입력과 회사의 손해사이에는 최씨 등의 대량매도라는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개입된 것”이라며 이들의 실수와 회사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최씨와 구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주식을 팔아치운 직원들도 무더기로 집행유예형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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