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수요억제책와 세금 강화 정책을 내놨지만 사실상 집값 잡기에 실패한 가운데, 다급히 공급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잡음만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이슈가 보궐선거와 대선 이슈로 돌아서고 있고, 현재 공급 정책을 위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또 다시 집값을 자극 할 수밖에 없어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이도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이르면 이달 말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급 대책 중 일환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정부가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 내놓을 때마다 집값 상승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하자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서초구 내곡동, 세곡동은 들썩였다. 내곡동 서초포레스타 2단지 전용면적 84m²는 5일 13억4000만원에 매매됐으나 현재 2억원 이상 오른 15억5000만원 호가의 매물이 등장했다. 강남구 세곡동 강남LH1단지 전용면적 59m²도 한 달 전보다 1억원 오른 12억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그린벨트가 풀리기도 전에 인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 상승을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량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도 이뤄지고, 집이 지어지면서 인프라도 개선되면서 집값도 상승하는데, 이를 견딜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보궐선거와 더불어 대선 정국이 시작되는데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정부와 여당이 막아내면서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문 정부와 관련이 있는 모 건설업체가 내곡동 그린벨트 5만평을 250억원에 매입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야당 인사는 “정부가 지난해 말 12.19 대책을 내놨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집값이 안정된 것을 대책으로 인해 안정된 것으로 착각했다”면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집값이 다시 꿈틀댔는데, 시장을 너무 만만히 보고 수도권까지 규제를 했다가 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3040세대와 서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청와대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핵심 인사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부적으로 그린벨트를 놓고 입장이 갈리고 있어 이 상태로 부동산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의심이 크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가 풀려도 공급 물량 한계가 있어 서울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시장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풀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서울 내에 꾸준한 공급이 이어진다는 신호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서울 내 아파트 35층 규제 등을 완화해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줘야만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안정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과 관련해 가장 좋은 대책은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공급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는 녹지공간 축소와 도시계획 훼손 등 각종 문제점을 지닌 만큼 좋은 공급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신축 아파트 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를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지기 위해서는 과중한 세금정책으로 옥죄기 보다는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풀어줘야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문 정부, 집값 잡기 골든타임 놓쳤나
하지만 문 정부가 대선과 보궐선거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세 중과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규제를 완화하면 단기간에는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문 정부가 견디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정부가 무주택자와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서 기존 다주택자와 초고가 아파트에 징벌적 과세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완화도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통해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과도한 세금 정책으로 인해 집주인의 부담이 커지면서 또 다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거나, 본격적인 시행 전에 전셋값을 대거 올리는 등 세입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의 주거안정까지 흔들리면 문 정부와 여당의 지지층도 대거 돌아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다”면서 “집값을 잡기 위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더 오르고 있고, 시장 역시 불안한 심리가 커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 문 정부가 손을 쓰지도, 안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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