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올해 말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행기간 종료를 앞두고 다음달 15일까지 미래 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만약 마지막 협상에 실패할 경우 무역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BBC 등 현지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발표한 존슨 총리의 연설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7일 낭독할 연설문에서 “EU는 협상 일정에 매우 영리하게 대응했다. 나 또한 그렇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는 10월 15일 EU 정상회의까지 유럽 친구들과 내년 이후 적용될 합의를 마쳐야 한다”며 “10월 15일을 넘어가는 협상 일정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만약 우리가 그때까지 합의를 못하고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못한다면, 그때는 영국과 EU 모두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과 EU는 결코 대화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FTA 없이 친구이자 파트너로 무역을 계속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에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며 EU가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합의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약 3년 반의 지루한 협상 끝에 올해 1월 말을 기점으로 EU에서 탈퇴했으나 오는 12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이행기간을 설정했다. 영국은 이행기간 종료까지 과거 회원국 시절처럼 EU 관세동맹에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전에 미래 관계 합의를 맺지 못하면 이행기간 종료와 동시에 EU 시장에서 분리된다. 취임 전부터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존슨 총리는 올해 EU와 접촉에서 합의를 내지 못했고 협상 자체도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계속 지연됐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2일 아일랜드 더블린의 국제유럽문제연구소(IIEA) 행사에서 전날 영국의 협상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유럽 담당 총리 보좌관과 만났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 입장에서 어떤 변화도 보지 못했다. EU는 지난 몇 달간 많은 문제를 놓고 열린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걱정되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EU는 오로지 영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 원칙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대표는 오는 8일에 8차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 양측은 EU와 영국간의 어업권, 유럽사법재판소의 관할 범위 등 주요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보도에서 존슨 정부가 9일 발표할 새 국내시장법안에 브렉시트 협정을 파괴하는 조항을 넣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존슨 정부가 북아일랜드 세관과 관련해 “지난해 브렉시트 협정의 법적 효력을 제거하는 조항을 삽입했다”고 주장했다.
북아일랜드 지역은 영국과 EU의 경계가 되는 지역으로 노딜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2025년 이후 EU 지역(아일랜드)과 자유로운 물류 통관이 어려워진다. 영국은 1998년 아일랜드와 평화협정인 벨파스트협정을 체결하며 두 지역 간의 자유로운 물류와 인력 이동을 보장했고 지난해 브렉시트 협정에서도 2025년까지 북아일랜드에 이중지위를 부여해 EU와 물류가 막히지 않도록 했다. 관계자는 존슨 정부가 북아일랜드 상품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국가 지원책 마련할 때 EU에 통보해야 한다는 브렉시트 협정을 무시하고 영국 법률이 브렉시트 협정에 우선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EU 관계자는 BBC를 통해 “영국과 협상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며 다만 “영국의 자해 전략” 무역 합의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측은 브렉시트 미래 관계 협상이 EU 회원국 일정을 고려해 늦어도 11월 이전에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프로스트 대표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절대로 EU가 영국법을 넘어 기본적인 것을 흔드는 협상에 합의해 줄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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