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분양권 시장은 매도자 갑질… 양도세 전가·다운계약 판친다 [부동산 감독 사각지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9 18:20

수정 2020.10.19 18:33

정부 불법거래행위 단속 엄포에도
현금거래·부동산 차명계좌 활용 등
거래 이력 남지 않도록 편법 판쳐
송도 5200가구 중 실거래 단 1건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분양단지 전경. 최근 분양권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희소성으로 매도자우위시장이 견고해지며 다운계약과 양도세 매수자 부담이 횡행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분양단지 전경. 최근 분양권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희소성으로 매도자우위시장이 견고해지며 다운계약과 양도세 매수자 부담이 횡행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1억원까지는 다운계약해도 안 걸려요. 현금을 주고받아서 거래이력 남기지 않으면 안전합니다. 다운계약 안 된다고 하면 집주인들이 안 팔고 차라리 실거주하겠다고 하는데 방법 있나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등으로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고 전매제한 강화로 거래가능한 매물이 줄어들면서 분양권 시장이 '초(超) 매도자 우위' 분위기로 들어섰다.

정부에서 부동산감독기구를 신설해 불법 거래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다운계약이나 양도세 매수자 부담 조건이 붙지 않은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송도 5200가구 중 실거래는 단 1건


19일 찾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 아파트 분양 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3개 단지, 총 5200여가구 가운데 실제 가격으로 나온 매물은 단 1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분양권 전매제한(6개월)이 풀린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 전용면적 84.88㎡(A타입 고층)의 경우 분양가 7억4000만원에 프리미엄이 1억7000만~1억8000만원 붙어 있었다.
호가가 9억1000만~9억2000만원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격은 이보다 1억원가량 낮은 8억1261만원에 신고됐다.

송도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프리미엄이 1억7000만~1억8000만원이면 절반 수준인 5000만~6000만원에 다운계약을 맺는다"며 "양도세의 55% 수준인 2500만~3000만원 정도도 매수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솔직히 중개업자들도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운계약하기 싫다"면서도 "실거래가로 거래하자고 하면 매도자들이 '차라리 살고 있는 집 팔고 들어가서 살겠다'고 하면서 매물을 안 주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다운계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계좌추적 어려워 탈법 거래 속수무책


분양권 불법거래 단속을 피하는 방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거래이력이 남지 않도록 △현금거래 △부동산 차명계좌 활용 △매수자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입금 △매도자가 1개월 이상에 걸쳐 조금씩 현금으로 출금하는 방법 등이 동원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중개소 차명계좌로 입금해 주면 돌려서 빼겠다"며 "1억원 정도까지는 대부분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다운계약 거래를 유도하기까지 했다.

분양권 시장에서 다운계약은 관행처럼 여겨진다.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지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되면서 거래가능한 분양권이 줄어들자 매도자가 원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분양권 다운계약과 매수자 양도세 부담 같은 불·탈법은 분양권 거래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권 전매금지 5~10년이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 유통매물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6·17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다"며 "매도자 우위시장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세무사는 "매수자 양도세 부담은 정확히 말하면 불법행위가 아닌 편법"이라며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만큼 매매가로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계좌추적 외에는 다운계약을 단속할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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