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절망적 상황 몰린 절규
"10개월 넘게 버텼는데.. 연말 특수마저 사라져 이제 한계상황"
"10개월 넘게 버텼는데.. 연말 특수마저 사라져 이제 한계상황"
[파이낸셜뉴스] #. “1년 겨우 버텼는데 이제 산소 호흡기 떼어내는 느낌이다”
#. “죽기 일보 직전이다. 이제 대출도 안 되고 집도 줄이고 가진 것 다 팔아가면서 10개월을 버텼다. (그런데) 왜 코로나 전쟁에 자영업자만 총알받이로 내몰려야 하나?”
오늘(8일)부터 3주간 시행되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자영업자들의 “이제 극한까지 왔다”는 토로가 빗발치고 있다. 10개월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 확산과 방역조치에 대출과 집 처분 등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견뎠지만, 이제 남은 건 절망과 무기력뿐이라는 반응이다.
■ “매주가 고비..매출 0원의 공포를 아시오!”
이제는 버티기도 한계다. 그나마 ‘믿을 구석’이던 연말특수가 무산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낭떠러지에 몰린 신세다. 한 자영업자는 “2주 간 고비..3주 간 고비..주말이 고비..지겹다, 답답한 소리만 한다”고 성토했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하루하루가 위기였는데 마지막 버팀목마저 붕괴됐다는 절규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11시간을 매장에 나와 열심히 일한 대가가 하루매출 0원! 당신들은 이 기분을 아시오!”라고 적었다. 60~70만원 수준이던 주말 매출이 거리두기 2단계 이후 ‘0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게 청원인 설명이다.
그저 볼멘소리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숫자로 드러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차 대유행 시기였던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소상공인업소 34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22.2%는 이미 폐업했고, 50.6%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 국면 속 ‘풍전등화’였던 자영업자들은 희망의 불씨마저 잃은 셈이다.
매출은 ‘0원’인데 임대료와 공과금, 보험료는 그대로인 현실은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폐업했더니 지역 가입자로 보험료가 엄청 오르더라...실소득은 없는데”, “버티다 버티다 지난달 폐업했다. 건강보험료 미납됐다는 압류 통지서 받고 기가 찼다”는 이들의 호소는 기사 댓글창과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들을 구제할 뾰족한 정부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방역에 전력한 나머지 실질적으로 생계를 보장한 방안은 없다. 재난지원금, 착한 임대료 운동이 그나마 제출된 대안이다. 그 사이 자영업자들의 ‘고정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두 배의 고통이다. ‘연말특수’로 몇 달 장사를 버티는 자영업자가 겨우 1년을 견뎠는데, 특수도 없어 타격이 생각보다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인력 감축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무력해보인다. 어느 자영업자는 “직원 2명 내보내고, 11월 매출 5만원 찍었다. 그런데 건물주는 밀린 월세 2달치를 재촉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요식업계는 줄 폐업을 겪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개월간 서울에서 폐업한 일반·휴게음식점 사업장은 7678곳에 달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전국 42만개 업소 중 올해 1~8월 폐업한 곳이 2만9903개, 휴업한 곳은 3919곳으로 집계했다.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11월 이후 그 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K방역은 골목상권 희생 위에.. 봄날은 요원하다”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이 보장돼야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야 이들도 영업을 본궤도에 돌려놓을 수 있어서다.
다만 매출 급감 등 고통을 분담하지 않는 정부 정책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달성한 'K방역‘은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희생 위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3차 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으로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이 ‘지역화폐 보편 지급’이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왜 자영업자만 총알받이가 되나요”라는 청원을 올린 게시자는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와 집합금지로 사용도 못하고 내야 하는 공과금의 징수 중단을 요구했다.
이제 자영업자에게 ‘새해에 대한 기대’마저 사치가 됐다. 한 자영업자는 “올 겨울에서 내년 봄 사이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쓰러질지..이제 한계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전쟁 앞에 ‘약한고리’ 자영업자들의 봄은 요원하기만 하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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