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지난 9월 공연 예정이었던 '동양극장 2020', '스웨트(SWEAT)' 등 2편으로 각각 오는 10일부터 12일, 18일부터 19일에 하루 1회씩 편성했다. 대면 공연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각에 온라인 극장으로 입장하여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관람 편의를 돕기 위해 자막 옵션을 제공한다.
한편 이번 '온라인 극장'은 지난 9월 유료로 개시했던 첫 작품 '불꽃놀이'와 달리 무료 예약을 기본으로 후원 옵션을 도입했다. 첫 번째 시범 운영 기간의 관객 의견을 반영하고 보다 많은 관객에게 온라인 극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후원을 원하는 경우 5000원, 2만원 중 선택할 수 있으며 5000원을 선택하면 국립극단 2021년 첫 공연 20% 할인 쿠폰을, 2만원을 선택하면 국립극단 2021년 달력을 여기에 추가로 제공한다. 후원금은 작품개발 사업, 청소년을 위한 관람료 지원 프로그램인 푸른티켓 등 더 많은 사람들과 연극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국립극단 사업을 위해 사용된다. 후원금은 별도 신청을 통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매 공연 전일 오후 5시까지 전액 환불도 가능하다.
올해까지 시범 운영 후 내년부터 정식으로 개시하는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온라인 공연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어 가상 공간에 마련된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으로서 비대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10일부터 12일까지 상영하는 '동양극장 2020'은 극단 하땅세와 공동제작해 1930년대 공연 양식을 되살린다. 해방 이전의 창작극을 발굴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온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일환이다. TV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유일한 볼거리였던 연극. 당시의 극장들은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묘수로 하루에 여러 편의 공연을 연속으로 선보였다. 일제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세운 동양극장에서 펼쳐졌던 '티켓 한 장으로 즐기는 연극 축제'를 2020년으로 소환한다. 1930년대 대표적인 대중극 '어머니의 힘'과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시인 김기림의 희곡 '천국에서 왔다는 사나이'를 하나로 엮은 새로운 작품이 오늘의 관객을 기다린다. 특히 '어머니의 힘'은 당시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와 쌍벽을 이루며 동양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던 공전의 히트작이다.
이번 '동양극장 2020'은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 심리적으로 멀어진 배우와 관객 사이가 온라인에서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영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상영이 시작되면 온라인 관객은 백성희장민호극장 로비에 서 있다. '동양극장 안내원'으로 분한 배우가 백성희장민호극장 문을 열어 주면 관객은 카메라 시점을 따라 객석으로 이동한다. 객석과 무대의 위치를 뒤바꾼 과감한 시도를 마주한 후 안내에 따라 무대로 입장하면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객석에 앉는다. 이윽고 '오늘의 공연'을 소개해줄 안내원들이 다가온다. 공연 전 극장 로비부터 시작되는 대면 공연 관람의 일련의 과정을 영상으로 경험함으로써 관객은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빨리 감기 효과, 나레이션 후시 녹음 등을 활용하여 영상 매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또 국립극단은 근현대극 자문위원회의 '이야기마당8-동양극장과 대중극'을 무료로 상시 공개해 공연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돕는다. 전문가의 강연과 토론으로 이루어진 본 프로그램은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 및 홈페이지에서 각각 영상과 프로그램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일과 후 동네 술집에 모인 노동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지금의 한국사회에도 유효한 '우리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평범한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풀어내는 안경모 연출은 인간이 부속으로 전락해 언제든 대체 가능한 기능품이 되는 사회에서 그 너머의 '인간 존엄'에 대해 묻는다.
'스웨트'의 또 다른 한 축은 인종 문제다. 인간 존엄까지 벼랑 끝에 내모는 노동 현실은 인종의 서열화와 만나며 더욱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잠재된 흑백갈등이 전면화되고 투명인간으로 취급되던 라틴계와의 갈등은 이들을 점점 더 파괴한다. 작품 속 인종 갈등은 흑백 편견을 넘어 아시아인까지 서열화하는 한국 사회에 머지않아 닥칠 새로운 갈등의 '예고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 린 노티지는 이 작품 수상과 함께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최초의 흑인여성 작가가 됐다. 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작업을 진행해 온 그는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포함됐다.
국립극단의 온라인 극장 '동양극장 2020'과 '스웨트'는 무료 및 후원 여부에 관계 없이 국립극단 홈페이지 및 콜센터에서 사전 예약한 관객에 한해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 예약은 각 공연 전일 5시, 콜센터 예약은 당일 3시간 전까지 할 수 있으며 예약자에 한해 문자 메시지로 관람 가이드 및 상영 링크를 제공한다. 후원 결제는 관람 도중 또는 종료 후에는 불가능하며 사전 예약 시 선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대부분의 공연이 중단된 가운데 연말을 맞아 코로나19로 인해 심신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다 많은 관객들이 시범 운영 기간에 국립극단의 온라인 극장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무료 상영을 결정했다."며 "국립극단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순수공연예술의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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