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비례 축소'로 가닥
당내에선 공감대..다만 구체적인 방법 논의 필요
야권은 부정적..민주 "포퓰리즘"
정의 "권력은 소수가 권력 독점할 수록 강해져"
당내에선 공감대..다만 구체적인 방법 논의 필요
야권은 부정적..민주 "포퓰리즘"
정의 "권력은 소수가 권력 독점할 수록 강해져"
[파이낸셜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대해 당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당론 채택과 야권 압박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지만 이같은 시도로 선거제 개편 논의는 되레 움츠러들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탄력을 받았던 선거제 논의가 의원 정수로 국한될 경우 '총선용 여론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야권은 여당의 제안을 두고 의원 정수 확대는 정치 개혁의 본질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권자의 비례성·대표성 확보를 위해 비례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이날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이 제안한 '의원 정수 10% 감축'에 대해 "원내대표단, 당 지도부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당 입장이라고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가 이같이 '당론 채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내에선 비례, 지역구 의원을 막론하고 대체적으로 의원 정수 감축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윈회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론 채택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방법론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지도부는 감축분의 대부분을 비례에서 줄인다는 구상이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설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어젠다를 띄우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리는지에 따라 추진 동력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당내 비례 의원도 "정부 정책을 추진하려면 전문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비례 축소에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김 대표의 제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김 대표가 정치개혁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진지한 정치개혁 논의 방향을 제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최고위에서) 있었다"고 전했다. 선거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던 정개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비례성 확대'를 주장해온 만큼 정수 축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례직이 축소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정의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은 특권과 무능의 축소이지 의원 축소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은 다수가 나눌수록 작아지고, 소수가 독점할수록 강해진다"며 비례성 확대 원칙에 입각해 선거제 개편에 대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국민들이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향의 선거제 개편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정개특위가 지난달 세 차례 숙의 토론을 진행한 결과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27.1%에서 69.5%로 42.4%p 늘어난 데 비해,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46.1%에서 10.4%로 35.7%p로 줄었다.
해당 공론조사 세부 결과 조사 수행을 맡은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전날 정개특위 회의에서 '조사가 편향됐다'는 여당 의원들 지적에 대해선 "적어도 연구를 진행했던 분들이 '편향성이 있어서 한쪽으로 몰고 갔다', '자료 자체가 가치 없다'고 평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정수 축소를 다루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학자들 가운데) 의원 정수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할 분이 없기도 하거니와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의 공론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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