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블라인드 계정 5만원, 대기업, 의사 계정 200만원" 신분 사칭 악용되는 익명 앱 어쩌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15:50

수정 2023.08.24 15:50

24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시된 블라인드 ID 거래 글/사진=이진혁 기자
24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시된 블라인드 ID 거래 글/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직장인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통로로 이용되든 익명 앱 '블라인드'가 신분 사칭을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있다. 게시물이 직장이름이 함께 표시되는 블라인드 계정은 본인이 회사 e메일을 통해 인증을 거쳐야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블라인드 게시판에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린 30대 남성이 경찰을 사칭한 일반 회사원으로 밝혀지면서 계정 취득 경위에 대한 의문도 무성하다. 이미 온라인 사이트에서 계정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어 이 회사원 역시 돈을 주고 혜당 계정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고 장터에서 ID거래 성행

24일 경찰에 따르면 실제 직원이 아닌 사람이 특정 회사 계정으로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의 계정을 사서 쓰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증절차를 피해 계정을 만드는 경우다
블라인드 계정 거래는 중고 거래 플랫폼 등지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날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블라인드 계정이 1개당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에서도 블라인드 계정을 판매한다는 채팅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 기반 플랫폼인 블라인드는 현직자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지인의 계정을 이용하거나 계정을 구매해 블라인드 게시판을 편법으로 이용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올해 초 블라인드 의사 계정을 20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성과 만남 등에 주로 쓰여

이렇게 구입한 계정은 주로 '이성과의 만남'에 쓰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애나 결혼에 있어 선호도가 높은 직업을 가진 것처럼 속이고 이성에게 접근하는 수단으로 블라인드 계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찰을 사칭한 A씨 역시 범행 전 '누드사진 찍어보고 싶은 훈남 경찰관이다' '친구비 월 20만원 줄 테니 만나서 놀자' 등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성과의 만남에 쓰였지만 조건 만남 등 범죄 수단에도 쓰였다.

현행법상 계정 판매와 구매는 불법이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타인의 동의하에 아이디를 이용했더라도 접속 권한 부여는 해당 플랫폼에 있기 때문에 법 적용이 가능하다. 아이디 제공자도 형법상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블라인드 측은 계정 거래 등 비정상적인 이용 방식에 대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비정상 이용자에 대해 강력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거래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으로 거래 글을 삭제하는 등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동부지법 신현일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A씨는 구속심사에 출석하기 전 글을 작성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죄송하다"면서도, 실제로 흉기 난동을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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