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할리우드 작가들, 이달 합의에서 AI 훈련에 대본 사용 허용
AI가 돕더라도 콘텐츠 제작 보상 받는 조건, 저작권 포기 비난도 있어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본 제작, 처우 및 보수 문제로 5개월 가까이 파업했던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AI 훈련에 자신들의 작품을 쓰도록 허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작가들이 너무 쉽게 저작권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할리우드 미디어 제작사들이 미국작가조합(WGA)과 합의를 통해 작가들의 기존 대본을 AI 훈련에 사용할 권리를 얻었다고 전했다.
회원에 1만1500명에 달하는 WGA는 지난 24일 발표에서 영화 및 TV 제작자연합(AMPTP)과 협상을 통해 파업 종료를 위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며 "작가들의 이익과 보호 조치를 담은 이례적인 합의안"이라고만 알렸다. 해당 합의안은 노조 집행부와 노조원들의 최종 추인을 거쳐야 한다.
할리우드 작가들은 지난 5월 2일부터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대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따른 추가 보상, 작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파업은 이달 24일까지 146일 동안 이어졌으며 1988년 파업(154일)에 이어 WGA 역사상 2번째로 긴 파업으로 기록됐다. 파업 기간 동안 할리우드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 대부분이 멈췄다.
관계자는 제작사 경영진들이 영화 및 TV 대본을 기반으로 자체 AI 도구를 개발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WSJ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대본 요약부터 특수 효과,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AI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가들은 AI 훈련에 자신들의 대본을 쓰도록 허락하는 대신 제작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부분적으로 AI를 도입하더라도 전체 대본 작업에 대한 보상을 받기로 했다.
과거 폭스방송 등을 창업하고 현재 미디어 그룹 인터랙티브코퍼레이션(IAC)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미디어 재벌 배리 딜러는 26일 미 경제 매체 CNBC에 출연해 이번 합의를 비난했다. 그는 노조가 "AI로부터 작가를 보호하기 위한 문구를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보냈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호하지 못하는 문구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16만 할리우드 배우가 소속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작가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4일부터 계속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 인상과 AI 확산에 따른 배우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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