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적용해도 사건 중요도 감안
법조계 "공수처 수사 가능성 희박"
검찰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고발된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대전고검 검사) 사건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나선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 여부를 검토중이다. 다만 검사 직무 관련성이나 사건의 중요도 등을 따져봤을 때 공수처까지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공수처 수사 가능성 희박"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가 가능할지 법리 검토중이다. 공수처에 고소·고발된 사건은 자동 입건돼 수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 차장검사를 주민등록법, 부정청탁법, 국가공무원법, 형법, 검찰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등 혐의로 공수처에도 고발했다. 공수처법상 검사는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혐의에 한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된 건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일단 검찰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수사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차장검사에 대한 비위의혹 중 '리조트 향응' 의혹을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벌기업 수사를 해온 이 검사가 수사대상이었던 그룹 임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조트 향응 의혹'은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 당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 차장검사가 지난 2020년 12월 24일 가족·지인과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초대 모임에 참석했는데 이 모임을 그가 수사했었던 재벌그룹 부회장이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 차장검사는 "당시 리조트에서 (부회장을) 우연히 만나 식당에서 사진을 찍었다. 비용도 우리가 부담했다"며 "해당 기업 관련 수사를 한 적도 없고, 아이들이 스키장을 이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다. 직무 관련성이 없을 경우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에선 빠진다. 대가성 없이 향응만 받았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 역시 수사대상이 아니다. 위장전입, 세금체납 등의 의혹도 공수처 수사 영역이 아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만든 것 자체가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뇌물죄의 무죄율이 높은 것도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서다"고 설명했다.
대가성 등이 인정돼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면 공수처는 해당 혐의에 대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는 '이첩 요청권'이있지만, 사건의 중요도 등을 따져봤을 때 요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법무법인 KDH 변호사는 "공수처가 '리조트 향응' 의혹을 들여다 보고 뇌물죄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것"이라며 "뇌물죄에 해당하더라도 특검이 필요할 정도의 중요한 사건인 경우 이첩 요청권을 행사하겠지만 개인 일탈 등에는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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