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의대증원 관련 서울고법 재판결과 '주목'
회의록 논란속 의료계 복지·교육부 장차관 고발
박민수 "투명하게 운영, 회의록 법원 제출할 것"
[파이낸셜뉴스]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빚어진지 1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문제 해결은 아직도 여전히 요원하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입장이다.
회의록 논란속 의료계 복지·교육부 장차관 고발
박민수 "투명하게 운영, 회의록 법원 제출할 것"
현재 양측은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소심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서울고등법원이 요구한 의대 증원 2000명·40개 대학 배정의 과학적 근거 자료, 현장실사 조사 자료와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등을 오는 1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재판 결과는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이 가운데 7일 의료계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대정원 확대를 주도한 정부 관료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다. 고발 대상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이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보정심이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2000명으로 심의할 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에 해당하고 만약 이를 폐기했다면 공공기록물 은닉·멸실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정심 회의록 작성과 관련된 논란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정부는 이제라도 의대정원 증원, 배정 과정의 절차적인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대정원 증원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배정 주요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보정심 회의록 작성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법원 요청에 따라 보정심 회의록 등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박 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위원회와 협의체를 투명하게 운영해 왔고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작성 의무가 있는 각종 회의체의 회의록은 모두 작성 의무를 준수했다"며 "보정심과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고 법원의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록이 의정 간 합의로 작성되지 않았던 의료현안협의체도 보정심 회의록 작성 여부 논란 속에 다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 당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합의를 통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현장에서 나온 문구를 조율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하기로 합의했다.
박 차관은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와 의협이 상호 협의한 운영 방식에 따라 총 27차례 회의 때마다 양측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공개 시에는 기자단이 출입해 직접 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협의체가 의사인력 확충 등 의료계 내에서 민감한 사항을 논의하는 점을 고려해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녹취와 속기록 작성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출범한 임현택호 의협은 전임 집행부와 정부 간 합의 사항에 알지 못하고,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건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정갈등이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넘기면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의록 작성 여부와 회의록의 진위 여부 등 공방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답답한 의정갈등 속에 악재는 계속 쌓이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교수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일 집단 휴진키로 했다. 10일 전국적 휴진 이후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당직 후 휴진과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할 계획이다.
휴진에는 전국 19개 의대 산하 병원 51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휴진에 나서는 교수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지난 3일 서울 '빅5' 병원 교수들이 외래진료·수술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교수들이 휴직에 집단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은 바 있다.
다만 의정갈등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재판 이슈까지 부각되고 있는데다 참여하는 병원도 늘어나면서 오는 10일 휴진의 파급력이 전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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