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친환경 에너지 전환산업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를 전망이다.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와 재활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열린 COP29에선 '에너지 저장 및 전력망' 확대가 주목받았다. 그야말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성시대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산업은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적극 뛰어들어야 할 분야다. 당장 글로벌 시장은 기초 자원 확보를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희귀광물을 무기 삼아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시대다.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희귀광물이 필요하지만 기존 제품에서 안정적인 광물을 확보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이 분야 진출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잠재성은 크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 특성 탓이다. 그래서 독보적인 친환경 기술력을 갖춰야 승산이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들이 이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 SK테스와 LG화학, 고려아연이 국내 대표적인 자원순환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SK테스는 전 세계 23개국 46개 거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거점을 통해 연간 620만 개의 전자기기를 재활용했다. LG화학은 29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재활용 기업을 인수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과 유럽에서 폐전자제품 수거·처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연간 3만 톤인 재활용 동 제련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15만 톤으로 확대해 글로벌 도시광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을 위한 협력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자원순환 시장은 우리나라가 결코 놓쳐선 안되는 미래 유망시장이다. 기술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이라면 국가가 나서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 분쟁에 빠진 고려아연 사태를 보면서 자원 시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일반적인 사모펀드와 기존 최대주주간 지분 다툼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 민간기업의 경영권 분쟁이라면 지분 경쟁을 통해 알아서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민간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 중이다. 더구나 중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니켈 제련과 전구체 생산 기술을 독자 확보한 기업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장악하고 한국을 포함한 경쟁국들을 압박하는 상황을 되새겨보면 고려아연의 가치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정부가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국가와 기업이 원팀으로 뛰어도 될까 말까 한 싸움이다. 글로벌 자원순환 시장도 마찬가지다. 관련 시장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력 있는 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경우도 경영권이 하루빨리 안정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 미국의 경우 일본제철이 미국의 US스틸을 인수하려는 시도에 초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다. 해외의 경우 아예 국부펀드를 동원해 자국의 전략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적극 취한다. 우리는 국익을 좌우하는 산업 보호 측면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한참 안이한 형편이다. 우리도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