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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보고 싶다” 망설이다 답장한 청년.. "어머니, 아프지 마세요" [따뜻했슈]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9 16:24

수정 2024.11.29 16:24

전화번호 바꾼 후 모르는 번호로 온 카톡
하늘나라로 아들 떠나 보낸 어머니의 편지
/사진=스레드 갈무리
/사진=스레드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아들, 네가 보고 싶은 날이구나.”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가 아들의 번호로 매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허공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메시지에 가슴 따뜻한 답장이 돌아왔다. “네, 어머니. 잘 지내고 있어요.”

27일 스레드에 올라온 A씨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누리꾼들 사이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A씨는 “전화번호를 바꾼 이후 매일 오전 9시 전에 카톡이 매번 울렸는데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렸다”라며 “아들을 먼저 보내신 어머님 카톡이었다”라고 사연을 시작했다.

아들 잃은 어머니의 메시지... 답장 남긴 청년

A씨는 “계속 지켜만 보기에도 불편한 상황이고 마음 한편으로 힘드셨을 거라 생각해서 조심스레 답변을 드렸다.
잘한 걸까”라며 카톡 메시지를 첨부했다. 첨부한 카톡에는 지난 21일부터 매일 아들에게 보내는 한 어머니의 메시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날이 추워졌단다, 다시 네가 내 품으로 돌아왔으면 해”, “다시 태어나도 내 아들이 되어주렴”, “오늘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먹는다. 부럽지. 매일 꿈에 나와. 오늘도 나와주겠니….” 등의 메시지가 이어졌고, 대답 없이 메시지를 받던 A씨는 26일 답장을 보냈다.

A씨는 “네, 어머니.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살도 찌고 운동도 잘하고 있으니 끼니 거르지 말고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최고의 엄마였어요. 저도 사랑해요 엄마”라는 답장을 남겼고, 약 40분 뒤 어머니 B씨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가족들이 한참 울다 웃었다" 만남 제안

B씨는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간 채 보고만 있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따뜻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맙다”라며 “매번 이렇게 카톡 보내도 될까요? 정말 아들이 그리워서 미안한 부탁이지만 힘이 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에 A씨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라며 흔쾌히 응하자 B씨는 “괜찮으면 시간 내서 밥이라도 먹으면 좋겠다.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 덕분에 가족들이 한참을 울다 웃었다”라고 만남을 제안했다.

이 대화를 계기로 A씨와 B씨 가족은 다음날 부천에서 만났다. A씨는 “눈이 많이 와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만나 뵙고 왔다”라며 “어머님이 아버님과 같이 오셔서 만나자마자 안아주셨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A씨가 B씨 가족과 함께 찾은 납골당 사진 /사진=스레드 갈무리
A씨가 B씨 가족과 함께 찾은 납골당 사진 /사진=스레드 갈무리
"메시지 계속 남겨도 될까?" "네, 얼마든지요"... 따뜻한 사연 '감동'

A씨는 “아드님이 생전 사용했던 전화번호가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전화번호와 일치해서 매번 저한테 카톡을 보내셨던 것 같다”라며 “아드님은 두달 전 사고로 돌아가셨다더라. 생전 보지 못한 아들분 납골당도 다녀왔다”라고 전했다.

A씨는 “아들이랑 체구는 다르지만 웃는 게 비슷하다라며 많이 웃고 우셨다. 달래드리며 이야기를 들어드렸고 아드님이 어떤 사람인지 들었다”라며 “이런 사소한 인연으로 어머님 아버님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누리꾼들에게 전하는 B씨의 말도 스레드에 적었다. B씨는 “시간이 지나 어느 덧 겨울이다.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라며 “한창 멋을 내고 이제야 세상을 알아갈 단계에서 안타깝게 먼저 천국을 구경하게 돼 엄마의 심정이 많이 힘들고 지친다”라고 아들을 먼저 보낸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A씨가 많이 격려해주고 도움을 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고 걱정해주며 따뜻한 말을 해주셔서 놀랐다”라며 “덕분에 제일 따뜻한 겨울이었다.
모든 분들의 댓글을 읽어보니 힘들지 않다, 난 엄마니까”라며 감사를 전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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