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누군가의 아버지, 자녀, 친구였는데…" 끝없는 눈물바다[제주항공 참사 애끓는 유족들]

황태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0 18:16

수정 2024.12.30 18:16

전국 분향소마다 추모 행렬
"안전한 세상됐으면…" 애도
"제 가족 위패는 왜 없나요"
신원 확인 안된 유족 원통
분향소에 놓인 3세 아동 추모 장난감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중 한 명인 3세 아동을 위한 장난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분향소에 놓인 3세 아동 추모 장난감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중 한 명인 3세 아동을 위한 장난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광주·무안(전남)=황태종 서지윤 기자】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군은 오전 11시부터 사고 현장 인근인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합동분향소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분향소 한편에는 지자체와 정치권, 종교계에서 보낸 추모화환이 늘어서 있었고 분향대에는 희생자 179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141명의 위패가 놓였다.

이날 분향소에서는 위패들 중 사망한 가족의 이름을 찾지 못한 유가족이 "제 가족의 위패는 왜 아직 없는 건가요"라고 관계자들에게 묻자 "신원 확인이 안 돼서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원통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국은 지문확인을 통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지만 훼손이 심한 경우 가족과 유전자 정보(DNA)를 비교해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분향소에는 운영 첫날부터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피해자의 친구인 20대 A씨는 "방학 때 만나 얼굴을 보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쉽게 목숨을 잃지 않는 안전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오모씨(28)는 "지인이 희생당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서 급하게 왔다"며 "더 많은 지인들과 함께 오지 못해 아쉽고, 모든 게 허망하게 느껴진다"며 슬퍼했다.

지인과 조문을 온 한 남성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궜으며, 한 여성은 울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로 30초 넘게 희생자들의 명패를 바라보다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힘없이 돌아 나왔다.

정치권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오전 11시35분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관계자들이 분향소를 찾았고, 2분 뒤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직자들과 함께 조문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도 함께했다. 오후 1시30분쯤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각각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날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교직원 5명과 학생 4명 등 모두 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전남도교육청이 청사 내 교육지원센터에 설치한 분향소에는 김대중 교육감을 비롯한 전남 교육가족들이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숨진 179명의 승객 중 가장 많은 81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시에서도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시청 공무원과 구청장, 지역 국회의원의 참배가 이어졌다. 한 여학생은 직접 준비한 하얀 꽃다발을 올리며 "크리스마스 여행 잘 다녀오라는 말도 못 전했는데…"라며 사고로 세상을 등진 친구를 추모하며 눈물만 흘렸다. 여학생의 친구는 부모, 남동생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콕 여행을 떠났다가 일가족 모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시청 본관 앞 정문에, 대전시는 시청 1층에, 부산시는 시청 1층에, 경남도는 도청 광장에, 충북도는 도청 서관에 각각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시도민의 조문을 받았다.
부산시와 16개 기초자치단체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날 청사에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들은 근조리본을 달고 근무했다.

이번 사고로 엄마와 10대 두 딸, 초등학생 막내아들 등 일가족 4명이 참변을 당한 경기 오산시도 시청 앞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시민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가족은 전남 영광에 사는 외할아버지의 팔순을 기념해 외할머니, 이모 가족 3명 등 모두 9명이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오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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