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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연 버핏 "후계자는 에이블… AI,핵폭탄급 위험성 가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05 18:14

수정 2024.05.05 18:14

주주총회서 버크셔 차기 리더 발표
버핏 유고시 최종 의사결정자로
투자 포폴 물려받을 가능성 시사
애플 처분엔 "세금 줄이기 위해"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비보험 부문 부회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 자리에서 한 주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비보험 부문 부회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 자리에서 한 주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3)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후임자로 그레그 에이블(61) 버크셔해서웨이 비보험 부문 부회장 겸 버크셔에너지 회장을 낙점했다. 버핏은 에이블에게 회사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도 맡길 것임을 시사했다. 버핏은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대거 처분, 현금 보유수준을 최대치로 늘렸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좋은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후계자는 에이블 버크셔 부회장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그레그 에이블에게 자본 배분을 맡기로 한다"면서 "그는 사업들을 극도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버핏은 이어 에이블이 자신의 유고시 회사 경영에 관해 최종적인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 산하의 보험, 철도 등 다양한 사업체 경영을 에이블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버핏은 애플을 비롯한 막대한 버크셔 보유 투자 포트폴리오를 누구에게 맡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들을 이해하면 보통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그레그가 버크셔 CEO를 맡으면서 주식 투자도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나다 출신인 에이블은 알버타대 상학과 출신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세계 4대 회계감사법인 가운데 한 곳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공인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92년 지열발전 업체 캘에너지에 합류하면서 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였다. 캘에너지는 1999년 미드아메리칸에너지를 인수했고 버크셔가 1999년 미드아메리칸(현 버크셔해서웨이)을 인수하면서 에이블도 버크셔에 합류했다. 에이블은 2008년 미드아메리칸 CEO로 취임했고 2018년부터는 버크셔의 비보험 부문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1분기 애플 등 보유주식 처분

버크셔는 지난 1·4분기 애플을 비롯한 보유 주식들 일부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버크셔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 1·4분기 사들인 주식 규모는 27억달러(약 3조6700억원) 수준에 그친 반면 매각한 주식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버크셔는 특히 보유 포트폴리오 비중이 가장 높은 애플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3월 말 현재 애플 보유 지분 평가액은 1354억달러로 지난해 12월 말 1743억달러에 비해 22% 급감했다. 이 기간 버크셔는 애플 주식을 약 1억1600만주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버핏은 "애플 투자로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뒀기 때문에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이 많다. 애플 지분 축소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버크셔는 애플 주가 하락과 주식 매각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평가액이 22% 급감했지만 산하 보험, 철도 등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장사가 잘돼 돈은 더 벌었지만 투자는 줄이면서 보유 현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해 12월 말 보유 현금 규모는 1676억달러에서 올 3월 말에는 1890억달러로 불어났다.

■버핏, AI 부작용에 대해서는 경고

버핏은 AI를 핵폭탄에 비유하며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CNBC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AI 기술이 현실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콘텐츠 제작에 동원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사기꾼들이 돈을 갈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캠 사기꾼들은 AI의 음성 복제 기술과 이미지를 가짜로 만들어내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동영상과 이미지로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접근해 돈 또는 개인정보를 훔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핏은 "분명 AI는 좋은 잠재력 역시 갖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그러나… 내 생각에 이에 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I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 한 해를 입힐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버핏은 AI에 익숙하지 않다고 시인하며서도 AI가 20세기 원자탄에 비견될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내가 AI의 존재나 중요성을 부인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지니가 마술램프에서 나오도록 한 것과 같다"면서 "지니는 최근까지 일부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이 때문에 나는 그 힘을 매우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버핏은 또 "지니를 다시 램프 안에 가두는 방법을 모른다"면서 "AI도 그런 비슷한 것"이라고 말해 AI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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