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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된 낡은 파견법,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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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행 파견법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손질해달라는 업계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산업 현장이 급변기를 맞고 있는데 언제까지 수십년 전 만든 법규로 기업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순 없다는 주장이다. 근로자 보호를 외치며 도입했던 제도와 법이 오히려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지적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총은 20일 '파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된 현행 파견 대상업무를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4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파견을 희망하는 업체가 80%를 넘었다. 하지만 현행 법규로는 사내 협력사 직원에게 2년 넘게 일을 시키거나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공정에 투입하면 불법파견으로 보고 원청업체에 직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어겨 범법자가 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한국GM 최장기 사장을 지낸 카젬 GM상하이자동차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협력업체 직원을 불법파견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불법파견 혐의로 세 차례나 출국금지도 당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의 파행적인 노사관계,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파견법이 한국에 투자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을 외국인 CEO의 무덤으로 계속 놔둘 순 없는 일이다. 우리 파견법이 법제화된 때가 1998년이다. 파견근로자 고용안정과 원활한 인력수급이 법의 취지였다. 현행 파견대상 업무 분류는 2000년에 발표된 제5차 한국표준직업 분류를 기준으로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새로 생긴 직업은 오죽 많겠나. 그런데도 법은 그대로다. 가령 의료서비스 상담 종사원(병원 코디네이터)의 경우 현행 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파견 대상업무가 될 수 있으나 2000년 기준 분류표에 따르면 파견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

잇단 부채 위험 경고에도 느긋하기만 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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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3대 경제주체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가계·기업·정부의 총부채는 5988조1910억원인데 증가 추세로 보면 확실하다. '부채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20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2734조원으로 2018년부터 6년간 136조원이나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8.3%로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의 두 배를 넘어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치솟았다. 문제는 부채가 급증한 첫 번째 원인이 부동산 투자였다는 사실이다. 적정 수준의 부채는 기업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를 위한 투자나 단기적 운영자금으로 돈을 빌려 기업은 사업을 키우고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도 투자에 써야 발전할 텐데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자는 투기를 부추기고 가격 등락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한은은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이 독일(200%), 일본(145%) 등과 비교해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외국 기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난 3월 BIS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용 갭은 지난해 3·4분기 말 10.5%로 14분기 연속 10%를 넘었다. 신용 갭이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합) 비율이 장기 추세를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부채 위험평가 지표다. 신용 갭이 10%를 넘어서면 경보 단계로 보는데 민간신용이 증가한 데는 가계보다 기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BIS의 지적은 따끔하다. 각국이 긴축정책을 펴고자 금리를 올렸는데 실패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도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는 빚을 계속 냈다는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민간 부문이 아니라 국가부채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