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자질…지역…“내가 청와대 주인”
2001.12.31 07:15
수정 : 2014.11.07 11:35기사원문
올해는 지방선거(6월)와 대통령 선거(12월)가 잇따라 치러져 1년동안 온 나라가 ‘선거 열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2003년 이후 5년간 한국의 명운과 국가적 미래가 달려 있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지난 30여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이른바 ‘양김’의 후임자리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민주당은 오는 3월쯤 ‘국민예비경선제’라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대권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한나라당도 비슷한 시기에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주자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민주당에선 이인제 노무현 한화갑 정동영 김근태 김중권 박상천 상임고문과 유종근 전북지사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이를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이 굳어져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부총재가 최근 경선출마를 선언, 이총재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박부총재의 출마 선언은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 등 당내 비주류 중진들의 ‘당권’이나 ‘차차기 선점’을 위한 연쇄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본인이 직접 대권도전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킹 메이커’로의 역할에 만족할 것인지를 놓고 좌고우면하고 있으나 일단 신년초 대권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장, 이한동 국무총리, 고건 서울시장, 김혁규 경남지사 등도 언제든지 뜻을 굳히고 출마를 선언할 수 있는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야말로 올 한해는 ‘승천’을 꿈꾸는 잠룡들의 대권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레이스 돌입한 여권 주자들=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지난해 11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직후부터 공개적인 대권 레이스에 돌입했다. 서울 여의도 당사 근처에 대규모 사무실을 열고 참모진을 대거 보강하고 있다. 특히 ‘국민예비경선제’ 도입과 ‘3월 통합선거론’ 등을 골자로 한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의 ‘게임의 룰’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들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먼저 여권내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한발 앞서고 있는 이인제 상임고문은 현재 개인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는 여의도 정우빌딩 사무실 이외에 인근 대하빌딩에 별도의 경선캠프를 마련했다. 그동안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해왔던 당내 계보의원들을 적극 활용, 역할 분담을 통해 체계적인 대선 캠프의 면모를 갖춰 ‘이인제 대세론’을 굳혀간다는 전략이다.
이고문을 바짝 뒤쫓고 있는 노무현 상임고문은 지난해12월 호남지역 지구당을 순회를 마친데 이어 이달에는 충청지역 지구당을 각각 순회 방문할 예정이다. 2월부터는 대선후보 TV토론회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한화갑 상임고문은 서울 여의도 KBS 부근 인영빌딩의 한미정책포럼 사무실 이외에 별도로 최근 이인제 고문과 같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150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 대선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언론사 부국장 출신인 정순균 공보특보를 영입하는 등 특보진도 대폭 보강하고 있다.
김중권 상임고문은 당초 오는 2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전국 지구당 순회방문을 지난해 말까지 앞당겨 완료했다. 이달에는 자신의 공직생활을 토대로 저술한 경제서적 출판기념회를 갖고 국정운영 능력을 과시한다는 방침이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당과 지구당 행사, 대학특강 등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박상천 상임고문도 지난해 12월 3000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후원회를 열어 올해 당지도부 및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후원회를 통해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상임고문도 최근 언론사의 중진급 인사를 언론특보로 영입하는 등 보좌진을 두배로 늘리며 본격적인 경선 채비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유종근 지사는 본격적인 지방방문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넓혀나가는 한편, 오는 11일 자신의 저서인 ‘신국가론’ 출판기념회를 갖고 ‘경제전문가’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창(昌) 대세론’ 굳히기와 박근혜의 ‘도전’=박근혜 부총재가 최근 ‘대선후보-총재직 분리’ 등을 주장하며 대권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이회창 총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부총재의 출마선언에 영향을 받아 김덕룡 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들도 출마채비를 서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창 대세론’을 뒤엎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당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총재는 지난 97년 대선패배 뒤 한때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압도적 지지로 곧바로 총재직에 복귀하면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 4년여 동안 제1야당을 이끌어오면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를 확고히 굳혔다. 최근에는 젊은층과 진보세력들을 겨냥, 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총재의 ‘대세론’에 도전장을 던진 박부총재의 파괴력도 무시할 수 없다. 박부총재는 1인보스 정당체제를 청산하고 민주정당을 만들겠다며 정당 개혁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을 등에 업고 이총재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경선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의 출마선언에 곱지않은 당내 일부시선에 쐐기를 박았다. 이는 탈당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또 다른 잠룡들의 기지개=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아직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차례 특유의 ‘수사’를 통해 출마 의지를 내비쳐왔다. ‘JP대망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JP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그동안의 역정을 돌아보면 자신이 직접 대권도전에 나서기보다는 ‘킹 메이커’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가 거론하고 있는 ‘영남권 후보론’은 여기에 부합한다. 이 경우 YS와 DJ의 ‘대통령 만들기’경력을 갖고 있는 JP가 과연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이와함께 이한동 국무총리도 연초 개각에서 교체될 경우 ‘중부권 주자론’을 표방하며 대권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울 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고건 서울 시장도 적지 않은 대중적 지지율을 등에 업고 ‘승천’을 꿈꿀 수 있다. 정몽준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장과 김혁규 경남지사도 ‘제3후보론’, ‘신3김연합론’ 등과 맞물려 후보군에 회자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사람은 모두 이총재의 지지기반인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지역 석권을 전제로 대선전략을 짜고 있는 이총재측 입장에선 이들의 출마여부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