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사업 방식 바뀔듯…시행-시공사 역할분담 균열

      2004.12.26 12:18   수정 : 2014.11.07 11:06기사원문

그동안 시행사와 시공사간 역할분담체제로 진행돼온 주택건설사업방식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많은 주택업체들이 향후 자체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수주 중심의 아파트사업을 탈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업계는 지속적인 주택경기 침체로 시행사들의 전면적인 재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택지 확보의 다변화 차원에서 시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같은 방향전환은 경영난으로 시행사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그동안 시행사의 횡포에 시공사가 휘둘리면서 갈등이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시행사들의 무리한 이익 챙기기가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공사의 이익부분은 줄어들고 분양가 인상의 주범으로 시공사들이 지목되는 등 여론이 악화된데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 진행과정에서 시행사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시공업체들이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가급적 내년도 사업부터는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내년에 분양되는 공공택지를 우선적으로 매입해 직접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공사와 시행사의 역할분담체제로 진행돼온 주택건설사업방식이 정착된 것은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부터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사장은 “당시 건설사들은 높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시행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면서 “또한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토지매입 및 인허가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에 인원과 비용을 투입하기가 어려진데도 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사들이 택지 매입과 주택건설 인허가를 담당하고 시공사가 단순시공에 머물면서 시공사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림건설의 김진경이사는 “시행사들중에는 한탕주의식 사고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아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분양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많은 업체들이 적정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자체사업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2단계 분양 당시 시공사들은 평당 건축비 250만원 수준에 수주를 감행하기도 했다. 시공사측에서는 분양에서 시행사들의 요구가 지나친 줄을 알면서도 수주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하고 있다. 또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도 시행사측에 끌려다녀야 되는 등 시공사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어려움 말고도 시행사들의 부도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공신력 있는 시행사들이 아니면 수주상담을 기피하는 시공사들의 보수적인 태도도 역할분담체제를 해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금융사들이 사업성 있는 택지를 제외하고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저하면서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에는 1500여개로 추산되는 시행사들 중 절반이상이 자연 도태될 것이라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세중코리아의 감학권사장은 “시장 악화로 수익률이 줄어들면서 현재 주택사업체제의 균열 가능성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시장 재편에 따라 시행사들이 상당수 퇴출되는 상황에서 주택건설 방식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분적으로 자체사업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시공업체들의 태도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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