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브리스틀
2006.09.14 15:55
수정 : 2014.11.05 12:16기사원문
※19세기 해운혁명 이끈 산업화된 항구도시
영국 잉글랜드 에이번 주(州)의 주요 도시인 브리스틀은 산업화된 항구도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폭격에 의해서 황폐화됐던 브리스틀은 최근에는 레스토랑, 극장, 아트 갤러리 등이 많은 젊고 역동적인 도시로 바뀌고 있다.
이곳에선 여느 항구 도시처럼 다양한 선박들을 볼 수 있다. 색다른 점은 이 선박들이 도심속 깊숙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서 운항이 된다는 점이다.
남쪽에 위치한 부두에서 출발한 파랗고 노란 페리 보트들은 승객들에게 낭만적인 항만 여행을 시켜준다. 항구 인근에는 분수들과 조각상들로 장식된 밀레니엄 광장이 볼거리다. 이곳에는 카페, 아이맥스 극장, 상점, 현대식 건물이 주변에 깔려 있다.
브리스틀은 지난 14세기에는 교역도시로서 양모 시장이었는데 아일랜드에서 모, 스페인에서 셰리주(酒), 포르투갈에서 포트와인 등을 수입하고 대신 모직물을 수출했다.
17세기 말과 18세기에 이 지역은 서아프리카, 서인도, 아메리카 대륙의 대농장 식민지들 간의 삼각 노예무역으로 번성했다. 그 대가로 버지니아산 담배, 자메이카산 설탕·당밀, 서아프리카산 코코아를 거래하면서 이곳에 제당 및 초콜릿 제조공장이 생겼다.
19세기에는 클리프턴 아래쪽 에이번 강에 퇴적물이 쌓여 선적이 제한됐으며, 랭커셔의 면직공업이 발전하고 노예 무역이 폐지되면서 이곳 교역량의 상당부분이 리버풀로 넘어갔다.
브리스틀 여행의 시작은 다른 유럽 여행지들과 마찬가지로 대성당에서 시작된다. 도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고딕양식의 브리스틀 대성당은 건설기간만 수백여년이 걸렸다.
이 성당에는 기괴한 중세의 조각들이 많은데 예배당 전실에 있는 석조 나뭇잎 위를 기어가는 작은 달팽이를 비롯해서, 예배당에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원숭이, 성가대석의 목조 가로대 등이 볼거리다. 브리스틀 대성당은 12월25일을 제외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브리스틀에는 다양한 거리들이 이곳저곳에 놓여서 둘러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대성당에서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왕의 거리’와 ‘여왕의 거리’는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왕의 거리에는 17세기 양식의 술집인 ‘펍’과 18∼19세기 양식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1766년에 지어진 국립극장도 가볼만한 명소다. 맨션들로 둘러싸인 ‘왕비의 광장’은 왕의 거리 바로 옆에 가로질러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옥수수 거리’ 부근 지역이다. 옥수수 거리에는 지난 1743년에 존우드 형제의 형이 지은 옥수수 거래소가 있다. 이곳에는 ‘대금을 치르다(Pay on the nail)’라는 말의 어원이 된 ‘브리스틀 네일즈’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꼭 둘러보는 명소가 됐다. 브리스틀 네일즈는 16세기 무렵에 청동으로 만든 4개의 주각인데, 상인들은 이것을 물건값을 치르는 테이블로 사용했다.
이외에 브로드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세인트존스 게이트에는 브리스틀의 두 신화적인 설립자인 브레누스 왕과 베닐루스 왕의 아름다운 동상이 있다.
또 다른 볼거리인 브리스틀 산업 박물관도 항구 선착장에 자리 잡고 있어서 오래된 산업 수송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박물관에 전시중인 자동차 컬렉션과 모형들은 브리스틀에서 지난 30년간 만들어진 다양한 생산품들을 한 눈에 보여준다.
선착장에 전시되고 있는 ‘S. S. 대 영국&해군 박물관’은 처음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프로펠러 추진 배를 개조해 만든 덕분에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 박물관용 선박은 선착장에서 지난 1843년 이래로 전시되고 있다. 이 선박은 이삼바드 킹덤 브루넬이 설계한 최초의 대형 철제 여객선으로 오늘날 현대적인 배의 원형이다.
이 배는 1843년 진수되어 1886년 포클랜드 군도에서 폐기되기 전까지 지구를 32바퀴나 돌았다. 난파된 배는 지난 1970년에 브리스틀로 돌아와서 처음 건조되던 도크에서 복원돼 정박되어 있다. 이 배는 19세기에 브루넬이 어떻게 해상 수송혁명을 가져왔는지를 충분히 가늠하게 만든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영국의 항구도시 '브리스틀' 부두에선 옛 대영제국의 항해선들이 관광객들을 싣고서 운항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