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과 교육 ②기반기술 고도화
2007.04.03 16:43
수정 : 2014.11.13 13:46기사원문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기술을 생산기반 기술이라고 부른다. 흔히 주조, 단조, 표면처리, 용접, 금형 등 정통 제조업을 일컫는다.
생산기반 기술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국가 주력산업에 필요한 부품·소재의 품질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다. 가령 국내 자동차 생산에서 주물제품의 비중이 중량 기준으로 20% 이상, 조선 생산에서 용접기술 비중이 선박 건조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T), 나노기술(NT), 우주항공기술(ST), 환경공학기술(ET) 등 차세대 성장기술과 연계를 통한 미래산업시장 및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에 없어서는 안될 원천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비중과 중요성에 비해 생산기반기술은 우리 사회나 경제에서 차차 밀려나고 있다. 이른바 ‘기피(3D)산업’으로 취급받으며 중소기업에서나 다루는 산업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형 산업으로 홀대
1990년대를 관통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 경제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정통제조업인 생산기반기술의 저력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도 불황 직전까지 금융, IT 등 신흥산업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다 경제위기를 맞았다. 전화위복이랄까. 일본의 경제계와 사회 일각에서 부흥의 단초를 제조업에서 찾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제조업 정신인 ‘모노쓰쿠리’(좋은 물건 만들기)의 가치를 재발견, 국가경영 브랜드 전략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생산기반기술 육성에 대한 인식과 지원책은 추진되고 있으나 전 산업적인 파급력이 아직 취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2002년 기준으로 국내 주·단조, 열처리, 금형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60%, 설계기술은 30∼40%, 조립기술은 80∼9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정부는 60년대부터 현재까지 기계공업진흥, 자본재산업, 부품소재산업의 명목으로 육성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생산기반기술의 고도화라는 거시적 목표보다는 대기업 수요에 맞춘 공급 차원에서, 수입부품을 대체하기 위한 국산화 차원이라는 접근성이 더 강했다.
이와 관련, 건국대 이윤보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기반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본격적인 육성지원책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며 국내 생산기반기술이 처한 현주소를 지적했다.
■2010년까지 6개 기반기술 혁신 추진
산업자원부는 2003년에 ‘2010 생산기반기술혁신사업’을 마련해 주물, 금형, 열처리, 도금, 소성, 용접 등 6개 분야의 생산기반기술 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3∼2010년 8년 동안 총 2470억원을 들여 제조 핵심기술을 개발·육성하고 기반조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을 사업총괄기관으로 선정, 산하에 생산기반기술혁신사업단을 꾸려 6개 분야 핵심기술을 상호연계하고 체계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 분산돼 있는 주안, 부천, 천안, 시화 4개 지역의 기술지원센터들을 통합한 생산기반기술종합지원센터를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로 이전시키고 기술개발과 보급, 확산은 물론 시제품 개발지원, 현장애로 기술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 말까지 레이저 원격 용접기술을 이용한 알루미늄 새시 부품 제조기술 개발을 포함한 8개 기반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 열처리, 주조, 용접, 도금 4개 생산기반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 ‘생산기반기술 경기대회’를 2002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다. 매년 기술 분야 종사자 180명, 기업체 140개사가 참여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동주 연구위원은 “일본은 우리처럼 신성장 기술을 추진하면서도 자기들이 강점으로 가진 전통 제조업의 기반기술을 전략적으로 지원,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위원은 “요즘 한국경제의 샌드위치론이 나오고 있는데 수출중소기업들이 가진 기술이 범용기술에 불과해 중국에 따라잡히고 일본과는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정책도 기반기술 육성을 단순히 산업기반 조성 차원이 아닌 다른나라와 경쟁관계를 고려해 관련기술을 선점하고 육성 발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말했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