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국제 행사 유치 총수들은 바쁘다

      2007.06.24 19:36   수정 : 2014.11.05 12:07기사원문


# “쎄울 꼬레아” 1981년 9월. 독일의 바덴바덴에서는 역사적인 발표가 있었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이 서울을 올림픽개최지로 발표한 것이다. 이순간 당시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의 88올림픽 유치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한국과 일본이 자존심을 건 치열한 유치경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정회장은 한국 IOC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국 IOC위원들의 방에 꽃바구니 하나씩을 넣어주었다.
그꽃바구니는 현대의 해외파견 직원부인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다.꽃바구니 반응은 의외로 대단했다. 그 다음날 각국 IOC위원들은 꽃바구니를 보내준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당시 일본은 최고급 일본 손목시계를 선물했으나 감사 인사가 없었다.결국 선물보다 정성을 택한 한국의 정회장의 승리였다.

#1983년 5월5일 어린이날 중국민항기가 강원 춘천에 불시착했다.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과 국교가 없어서 송환문제가 골치거리였다.우리 정부는 중국과 송환에는 합의했으나 우리나라에 대한 호칭문제와 서명 당사자의 자격문제 등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이때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중 양국의 대표단과 피납기 승무원을 초청해 오찬자리를 마련했다.조회장은 중국 대표단 단장으로 내한한 센투(沁圖) 중국민항 총국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 중 조회장은 삼국지,서유기 등 중국 고전과 동양철학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센투 총국장은 “어떻게 그렇게 깊이 아느냐”며 놀라워했다.얼어붙었던 센투 총국장의 마음을 눈녹이듯이 풀리게 했던 것이다.센투총국장은 출국에 앞서 조회장을 초청해 조자룡에 비유해 폭소를 자아낼 정도로 가까워졌고 나아가 한·중수교의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했다.

‘이처럼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기업인들의 역할은 결정적였다. 그러나 그공은 대부분 묻혀지나갔다.88올림픽유치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만 훈장을 받았을뿐 대부분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공이 돌아갔고 기업인들은 성과를 이루어낸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다고 불만을 나타낸 기업인은 없다. 모두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세대 재계총수들이 88올림픽과 한중수교 등의 성과를 냈다면 2세대 총수들은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유치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특히,지난해 12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7년 7월 결정되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12월 결정되는 여수 국제박람회 유치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들이 지원해 달라”며 특별히 부탁하기도 했다.

최종투표일(7월4일)이 불과 보름도 남겨 놓지않은 2014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전면에서 뛰고 있다.유치 활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들외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등도 이선에서 물심양면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이건희 회장은 지난 2월 IOC 평가단이 왔을 때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이들을 직접 맞이하고 스키도 타면서 열의를 보였다.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경기총연합(GAISF) 주관 ‘스포츠어코드’ 행사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100여 국의 국제경기연맹 관계자들과 IOC 위원들이 참석하는 체육계의 큰 행사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IOC위원 자격을 되찾으면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박 회장은 남미 북미 유럽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다.직원들 조차도 박회장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조양호 회장도 1월 20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도 업무 특성상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리면서 국제적 인맥을 구축하고 있어 적지않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회장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간접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치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이미 국제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막후 실력자다.

지난해 국내에서 스포츠어코드 행사가 개최됐을 때도 정 회장이 IOC 위원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역시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ANOC(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 행사 때도 정 회장이 참가했었다.

정몽구회장은 2012엑스포 유치를 위해 올들어 출장이 잦아졌다.지난 4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체코와 슬로바키아, 터키, 브라질을 돌며 여수 박람회 지지를 호소했다.회사 경영과 여수박람회 유치를 병행하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11월 유치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된 정몽구 회장은 5년 전 2010년 엑스포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했으나 당시 아쉽게 중국 상하이에 개최지를 양보해야 했다.

여수엑스포유치위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베트남주간을 맞아 방한한 '응웬신헝'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2012년 세계박람회의 전남 여수 유치와 2014년 동계올림픽의 강원 평창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특히,박 회장은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에 직원을 상근요원으로 파견해 근무토록하는등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활발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역협회 회장을 맡은 경력으로 해외 인맥과 경험이 풍부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효성그룹 회장)도 지난 4월10일 방한한 세계박람회 실사단을 초청해 환영만찬을 베풀고 5월29일 전경련회장단 회의에서는 여수박람회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재계 관계자는 “ 재계총수들이 이처럼 국제 행사 유치에 나서는 것은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비롯한 해외 진출 노하우,자금력,인력활용 등의 측면에서 가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일뿐아니라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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