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서신으로 점화된 美 금리인하

      2007.08.30 15:11   수정 : 2014.11.05 03:09기사원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 29일(현지시간) 알려지면서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날 뉴욕, 유럽증시는 덕분에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지는 뉴욕 증권사인 코웬 앤드 컴퍼니 주식거래 책임자 토드 레온의 말을 인용해 “(최근 증시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매년 캔자스 연방은행 주최로 와이오밍주 그랜드 테튼 국립공원내 별장에서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31일로 예정된 버냉키 의장이 어떤 연설을 할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8년에도 미국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 FRB는 잭슨홀 심포지엄 뒤 연속 금리인하 불을 댕긴 바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필요한 조처 취하겠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7일 찰스 슈머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용경색에 따른 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확인했다. 앞서 버냉키 의장은 지난 21일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재량껏 할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슈머 의원이 이달 들어 보낸 두차례 서한에 대한 답변 형식인 이 편지에서 버냉키 의장은 “다른 연방 기관과 협조해 FRB가 금융시장의 전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이미 재할인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FRB는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확인했다.

■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

최근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날 버냉키 의장의 서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이같은 불안감에서 해방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지는 이미 시장이 금리인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리먼브라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선 해리스는 “버냉키 의장은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제 금리인하가 없는 것을 가정하기는 어렵지만 FRB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NYT는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버냉키 의장이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낮춰 4.75%로 끌어내릴 것으로 월가에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의 시장 움직임으로 판단하면 투자자들의 절반 정도가 0.5%포인트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연내 4%까지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 앞으로 두달이 고비

한편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앞으로 2개월 동안 발표되는 지표를 보고 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YT는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 “특히 투자전략가들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알기위해서는 정부 고용지표 등이 발표되는 다음달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향후 두달 동안은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라 일희일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전략가 제임스 폴슨은 “최대 고비는 향후 60일이 될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변동이 심하고 무시무시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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