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현장 스케치
2007.12.20 00:02
수정 : 2014.11.04 14:59기사원문
한 중년 남자는 삼청동주민센터에 들어서면서 “한국금융연수원이 투표장소인 줄 알았는데…대체 어디서 투표해야 하느냐”며 당황해했다.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투표소 위치를 확인해 보니 이 남자는 한국금융연수원이 아닌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투표를 해야 했다.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고향마을인 경북 포항시 흥해읍 덕성리 덕실마을 주민들은 아침 일찍 투표를 완료했다.
이 마을주민 대부분은 오전 5시40분께 마을회관에 모여 승용차, 승합차 등에 나눠 타고 10여분 떨어진 흥해읍 서부초등학교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 도착해 투표시작 20여분 만에 투표를 완료했다.
덕성리 주민들은 고향 사람인 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내걸고 풍물놀이와 국밥, 과메기 등 음식을 미리 준비해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 주민은 “고향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며 “경제를 살려 서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수장들도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공관 근처에 있는 용산구 한남2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이번 투표는 우리나라의 향후 5년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투표인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 좋은 선택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 나와 “이번 대선이 국가 발전과 국민 화합을 위한 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오전 8시40분께 서울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삼청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끝내고 “좋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한 표를 던졌다. 새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은 물론, 능력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경북도내 최고령자인 박임수 할머니(109·경산시 남산면 거주)는 남산면 제1투표구인 남산초등학교에 직접 나와 주권행사를 했다.
특히 올해 중국인에서 한국인으로 귀화한 후 처음 투표에 참여한 구문홍씨(34·영천시)는 “한국인으로서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일이 자랑스럽다”며 감격해 하기도 했다.
○…유모군(18·경기 의정부시 가능2동)은 생일이 89년 2월이어서 단 60여일 차이로 대선 투표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유군은 “며칠 전부터 같은 반 친구들이 누가 괜찮다며 지지후보 이름을 거론하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면서 “직접 투표에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나라 잘 살게 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세교동 세교초등학교에 마련된 제5투표소에는 투표장 내부와 투표 방식을 자녀들에게 일일이 가르쳐 주면서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산 교육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모씨(37·주부)는 “초등학교에 투표소가 마련돼 아들과 함께 왔다”며 “이왕 투표소를 찾았는데 투표를 하는 이유를 아들에게 설명해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38분께 경기 수원시 서둔동 서평초등학교에 마련된 제7투표소에서 이모씨(36)가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자신의 휴대폰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찰깍’하는 소리를 들은 투표관리관은 즉시 이씨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사진을 삭제했다.
이씨는 “회사 직원들과 투표하기로 약속을 했다”며 “그래서 증거물을 남기기 위해 기념 촬영을 했을 뿐 기표소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오전 8시50분께 부산시 동대신2동 제2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김모씨(58)가 투표용지가 배달되지 않았다며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김씨의 투표의사를 받아들여 투표에 참여하게 한 뒤 신원조회를 한 결과 벌금 45만원을 미납한 수배자라는 사실을 확인, 신병을 관할 경찰서로 인계했다.
○… 19일 인천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사퇴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빚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구 주안8동 제4투표소 신기천장로교회 앞 후보자 사퇴 안내문에 심대평 후보와 이수성 후보 외에 이인제 후보의 이름이 매직으로 적혀 유권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퇴안내문은 오전 6시 투표 개시 이후 계속 붙어 있다가 오전 7시30분 한 유권자가 경찰에 신고해 수정됐다.
남구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에 대비해 각 동에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사퇴안내문 예시문에 이인제 후보의 이름이 적힌 채 잘못 나가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선관위가 어떻게 사퇴하지도 않은 후보를 사퇴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