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특소세·역관세로 두번 운다
2008.07.24 19:17
수정 : 2014.11.06 09:48기사원문
천직으로 여겨온 가구업을 접어야 할 위기 때문이다. A사장은 “우리와 같은 중소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우선인데 중국산 저가 가구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국내 가구 제조사들이 발붙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가구업계는 무엇보다 수입업체의 ‘특별소비세 역이용’ 문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국내 완성 가구업체와 달리 특별소비세에 대해 세금 부담을 피해 가는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완성 가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설 땅을 빼앗기고 있다.
실제 중국산 완성 가구는 무관세로 들어오는 데 비해 가구의 원재료인 파티클보드, 중밀도섬유합판등 원·부자재는 세금을 부과한 상태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원가상승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원자재 가격 자체 인상률이 50%를 넘어서면서 중소가구 업체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A사 사장은 “모든 가구업체 사장들이 의욕을 잃은 상태”라며 “특별소비세, 역관세, 반덤핑 제소 등복합적 현안에 대해 이제는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소세 편법 이용 고가시장 포기
현재 국내 가구업계는 샌드위치 상황에 몰려 있다.
유럽 고가 제품이 특별소비세를 피해 국내에 수입되면서 국내 가구 제조사들이 고가 제품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역관세 때문에 중국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특히 고가 가구 시장은 국내 수입 업체들이 특별소비세를 악용하고 있다.
수입 가구는 특별소비세를 피하기 위해 품목별로 수입을 하고 있다. 결국 국내 업체들은 고가 가구시장에 뛰어들어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최창환 회장은 “지난해 해외에서 수입된 고가 가구 개별소비세(특별소비세)가 600만원밖에 안 된다”며 “이런 식으로 해외 가구 제품을 편법으로 들여오는 데 국내 업체 중 누가 개별소비세를 내면서 고가 제품을 만들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국내 가구 산업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수입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 가구는 2005년 3억 3513만달러이었던 것이 지난해 5억 8070만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현재까지 수입된 가구가 3억 781만달러이다. 업계는 올 연말까지 수입가구는 6억만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관세로 저가 시장도 밀려
역관세도 가구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완제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는 반면 관련 원·부자재의 경우 8%정도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가구업계가 저가의 중국산 가구에 밀리고 있다.
실제로 가구업계의 경우 핵심 원·부자재인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을 수입할 경우 8%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관세만큼의 원가상승 부담을 안게 된다.
더구나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급등까지 겹쳐 상대적으로 원·부자재 수입가격은 더욱 오른 가운데 역관세까지 겹치자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결국 국내 가구 업체들이 중국이나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국내에서 더 이상 제조하지 않는 제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일대학교 가구과 강신우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식탁을 만드는 가구 업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소파도 저가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