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그래도 고향은 가야죠"

      2009.01.23 11:42   수정 : 2009.01.23 12:25기사원문

23일 사실상 설 연휴와 함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주말이 낀 명절이어서 휴일은 짧은데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 탓에 마음은 무겁지만 고향행은 올해도 어김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등은 이날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든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역 등에서는 경부·호남선 등 열차의 경우 거의 전 좌석이 매진돼 늦게나마 반환 열차표를 구하려는 귀성객들의 눈치 작전도 벌어졌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김준영씨(31·경남 창원시 상남동)는 “명절 때면 부모님께 100만원 가량을 용돈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30만원으로 크게 낮췄다”고 미안해했다.
최근 극심한 분양난으로 건설업계 전반의 불황이 그에게도 이렇게 다가왔던 것.

김씨는 “지난해 말 일률적으로 20%씩 급여를 삭감했고 설이면 지급되던 상여금은 없다”며 “회사가 어려운데 상여금까지는 애당초 바라지도 않았지만 부모님 용돈을 더 드리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기차를 이용, 고향 대전으로 내려간다는 성모씨(52)는 “토요일 고향에서 고교 동창들을 만나기로 돼 있다”며 “명절 때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만난 친구들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전했다.

고향이 광주인 김성환씨(42)는 “어머니가 빙판길 사고로 2주동안이나 입원해 계셨다”며 “직장일이 바빠 아내만 병문안을 갔었는데 이번에 뵈면 꼭 안아드려야겠다”고 말했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이환춘씨(38)는 “형제들이 돈을 모아 부모님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동남아 관광을 보내드렸다”며 “거동이 자유로우실 때 자꾸 다니시도록 하는게 효도”라고 활짝 웃었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광고회사 직원 유희정씨(28·여)는 “처음 입사한 회사인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번 설 귀성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설 연휴에 모두 2800만명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량도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2.4% 늘어난 총 340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설 연휴 특별교통대책에 따라 연휴 기간 열차는 하루 평균 53회, 항공기는 13편, 선박은 194편(편도기준)을 각각 늘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했다.

국토부는 고속도로에서 가장 막힐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을 귀성길은 일요일인 25일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귀경길은 설날인 26일 오후일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시는 28일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추가 또는 연장 운행해 늦은 시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하루평균 998회 늘려 운행하고 심야 귀성객들을 위해 26, 27일에는 다음날 새벽2시까지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연장 운행키로 했다.


또 27일까지는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서초와 반포 인터체인지 앞 도로 1개 차로를 임시 버스 전용차로로 운영한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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